전세대란으로 치부될 만큼 전셋값도 폭등세다. 2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1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6069억원으로 전달보다 2390만원이나 올랐다. KB국민은행이 2011년 6월 이 통계를 공표한 이래 최대상승폭이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근로자의 연봉 추정치 2154만3720원보다 많다. 지난 8월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한 새 임대차법이 이런 전세난을 부추겼다.
각종 부동산 규제대책 탓에 강남과 강북의 상승률 역전 같은 현상도 벌어진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서울 강북권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이 12.79%로 강남권 평균상승률 10.56%을 앞질렀다. 2008년 이후 12년 만이다. 3월까지만 해도 강남의 상승률이 강북보다 높았다. 하지만 4월부터는 대출규제가 덜한 중저가 아파트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강북이 강남을 앞질렀다.
이런 상황을 두고 지난 2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서울 중저가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심리 진정세가 주춤하다”고 했다. 무슨 말인지 빨리 알아들을 수 없는 이런 표현은 집값 상승의 불안한 상황을 직시하지 않고 애써 외면하려는 심리의 발로라는 말이 나온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전 정부 탓이라거나 “아파트는 빵이 아니어서” 공급에 시간이 걸린다는 핑계에 이어 이런 표현도 빈축을 샀다.
집값 불안에 서민들은 애가 타는데 정부 관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기대에 못 미치는 어설픈 공급대책으로는 집값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세종시 이전으로 생길 여의도 국회부지 10만평에 공원과 아파트가 결합된 아파트 단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참신한 발상이다. ‘좋은 정책’이라면 누가 제안했든 적극 검토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