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부회장 20년 몸담은 자산운용 '역대 최고 순익'
'보험맨' 하만덕 부회장 10년째 경영
98년 합류한 정상기 부회장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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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박 회장은 ‘인재 욕심’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인재론은 ‘사람을 키우고 기회를 줘야 좋은 기업’이다. 능력 있는 인재를 영입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이란 약속을 지켜왔다. 하만덕 부회장은 정통 보험맨으로 부회장 중 유일하게 창업 멤버가 아닌 외부 출신이지만 1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봉 22억원’으로 이름을 알린 김연추 미래에셋대우 에쿼티 파생본부장은 경쟁사인 한국투자증권에서 영입한 지 2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대우 사장 2명을 비롯한 대규모 임원 승진 인사를 지난 9일 단행했다. 주요 임원들이 1960년생이 주를 이루는 만큼 향후 경영진 변화 가능성도 감지된다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미래에셋대우 민경부 사장은 1961년생 최현만 수석부회장과 동갑이며, 김병윤 사장은 한 살차이다. 이 밖에도 주요 임원들 면면을 보면 박 회장과 동문인 고려대학교, 호남 출신 인사들도 눈에 띈다.
미래에셋은 3분기 누적 세전이익만 작년 한해 전체 수익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내년에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를 최소화고 해외법인 성장으로 글로벌 투자 전문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10일 미래에셋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누적으로 세전 이익 1조500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전체 수익 규모를 넘어 올해 그룹 역대 최고 실적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규모 승진 인사를 낸 배경이다.
미래에셋의 성장 비결엔 박 회장의 ‘복심’으로 꼽히는 5인의 부회장이 있다. 박 회장은 해외사업에 전념하고 국내 사업은 5명의 부회장이 부문별 경영을 책임진다. 최현만(60) 수석부회장과 최경주(59) 부회장은 1997년 벤처캐피탈로 출발한 미래에셋 그룹의 창업공신이다. 최현만 부회장은 박 회장과 옛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시절 인연을 맺었고, 호남 출신으로 동향이다. 주요 계열사를 옮겨 다니며 중책을 맡았고, 2017년 통합 미래에셋대우 대표를 맡아 성장을 견인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해외법인 성장세에 힘입어 사상 최초로 세전 순이익 1조원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최경주 부회장은 박 회장과는 동향이자 고등학교 동문인데다 20년 가량 미래에셋금융그룹에 몸담고 있어 최측근으로 불린다.
정상기 부회장, 하만덕 부회장, 조웅기 부회장 또한 박 회장과 장기간 손발을 맞췄다. 정상기(61) 부회장은 1998년 미래에셋자산운용 관리본부장을 맡으며 그룹에 합류했다. 컴퓨터 전문가였던 그는 과거 미래에셋투자자문의 운용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만덕(61) 부회장은 부회장 중 유일하게 초창기 멤버가 아니지만, 10년째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를 맡으며 신임을 얻고 있다. 조웅기(57) 부회장도 20년 가까이 미래에셋그룹에서 일하고 있다. 부산기계공고를 나왔지만 연세대 경영학과에 합격해 금융인의 길을 걸은 입지적인 인물이다. 보람은행과 하나은행을 거쳐 1999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합류했다.
계열사별 사장단(대표이사 포함)을 보면 미래에셋대우는 이번 승진인사로 향후 주요 경영진 변화를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민경부 경영지원부문 대표와 김병윤 혁신추진단 대표를 각각 사장으로 발탁했다. 두 사람은 현 최 수석부회장과 비슷한 연배로 차기 CEO 후보군 육성 차원으로 이해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민경부 사장은 최현만 부회장과 같은 전남대 출신이다. 김 사장은 서울대를 졸업했다.
경영진 중엔 박 회장과 ‘연결고리’가 눈에 띈다. 고려대와 호남, 동원증권이란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서유석(59) 대표이사 사장, 미래에셋캐피탈 이구범·이만희(57) 대표는 고려대 출신으로 박 회장과 동문이다. 이 대표는 동원증권에 입사해 박 회장과 연을 맺었고, 김승건(55) 미래에셋컨설팅 대표는 전남 출신이다.
서 대표는 1999년 미래에셋증권에 입사해 2011년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사장 등을 거쳐 2016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현재 서 대표는 김미섭 대표와 함께 각각 마케팅 2부문, 혁신 부문의 총괄 대표를 맡아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1998년 입사해 2014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고, 2018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13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4% 늘었다. 두 사람의 사장직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당분간 각자 대표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미래에셋캐피탈은 ‘1964년생 동갑내기’ 이구범·이만희 대표이사가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두 수장은 고려대 동문에 2000년 함께 미래에셋증권에 입사했다. 다만, 이구범 대표는 동원증권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해 박 회장과 인연을 맺은 케이스다. 이만희 대표는 하나은행 프라이빗뱅커(PB)로 근무하다 미래에셋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여신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면서, 할부리스자산은 2016년 62억원에서 2019년 6233억원으로 증가했다.
미래에셋생명은 하만덕 부회장과 변재상 사장 두 수장이 이끌고 있다. 변재상 사장은 그룹 창립 초기멤버 중 한 명이다. 첫 사회생활은 동부증권에서 시작했으나, 박 회장과의 인연으로 미래에셋에 합류했다고 전해진다. ‘자산운용 전문가’ 변 사장은 변액보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성장 기반을 마련해, 연임 가능성도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승건 미래에셋컨설팅 대표이사 사장도 박 회장과 오래 연을 맺었다. 호남출신으로, 동원증권에서 시작해 미래에셋증권 기획팀장으로 일했었다. 2008년 전무 시절부터 미래에셋컨설팅 대표이사를 맡았고, 2017년에는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로도 재직했다가 다시 미래에셋컨설팅으로 돌아왔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 등 총수일가가 91.8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룹 전반 부동산 컨설팅 서비스를 주로 제공하지만 사실상 박 회장의 개인 회사로도 일컬어진다.
또, ‘인재 영입’과 ‘성과주의 인사’ 기조도 주목된다. ‘고연봉’으로 유명한 미래에셋대우 김연추 에쿼티 파생본부장은 1981년생으로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2018년 말 한국투자증권을 떠난 지 2년 만이다. 미래에셋생명의 김평규 전무를 비롯해 자산운용과 계열사에서 40~50대 젊은층 임원들이 주로 포진해 있다. 전사 차원에서 ‘젊은 감각’을 갖춘 임원진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금융 분야 혁신과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한 인사 또한 대거 승진해 신상필벌을 명확히 했다”면서 “내년에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해 고객 자산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