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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탐사] 변종 성매매, 단속 어렵고 잡아도 처벌 못해…“노르딕 모델 도입해야”

[아투탐사] 변종 성매매, 단속 어렵고 잡아도 처벌 못해…“노르딕 모델 도입해야”

기사승인 2020. 12. 1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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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접목한 성매매 형태 예전부터 존재해
온라인 플랫폼 활용한 수법 다양화… 단속 어려워
잡는다 해도 처벌 근거 약해… '노르딕 모델' 도입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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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한 온라인플랫폼에 ‘무료골프’를 검색하니 각종 변종 성매매 알선 홍보글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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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매개로 한 온라인플랫폼 성매매 알선이 새로운 변종 성매매 수법으로 횡행하고 있다(본지 15일자 6면기사 참조). 시대에 따라 변종 성매매 수법이 다양화하고 있어 단속은 더욱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약 12년 전 스크린 골프장에서의 성매매도 당시 처음 등장한 신종 성매매 알선책이었다. 일부 스크린 골프장은 룸살롱처럼 접대부를 고용해 성매매까지 알선하는 등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2011년에는 ‘19홀’이라 불리는 골프와 성매매를 결합한 변종 성매매 수법이 생겨났다. 당시 경찰은 인터넷 카페에서 100여명의 남성 회원을 모집해 집단 성매매를 알선한 카페 운영자와 교수·의사·약사 등을 포함한 성매수 남성 등을 적발하며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같은 ‘골프 성매매’는 최근 인터넷 카페 외에도 다른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무료골프’를 미끼로 한 성매매를 알선하는 형태로 변했다. 15일 아시아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중년들이 많이 활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무료로 골프 치러 갈 여성을 구한다’는 홍보 글이 넘쳐났다. 기존 성매매 알선 소굴로 알려진 각종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새로운 성매매 수법이 판을 치고 있었다.

◇ 가뜩이나 단속 어려운데… 경찰 “잡아도 처벌하기 어렵다”

‘무료 골프’ 혹은 ‘라운딩 매치’ 등 남녀를 연결해주는 글은 대부분 변종된 형태의 성매매 알선 방법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런 변종 수법을 적발한다 해도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성매매특별법에 따르면 성매매는 명백히 성관계를 목적으로 돈을 주고받은 정황이 포착돼야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수법으로 매칭된 남녀가 소위 말하는 2차(애프터) 형식의 만남으로 성관계를 갖는다면 이것이 상호합의에 의한 성관계 혹은 호감을 갖고 이뤄진 행위라는 점에서 처벌하기 어려워진다.

서울지방경찰청의 풍속단속계 관계자는 “집합금지로 영업을 하지 못하는 유흥업소 여성들이 기존 매니저라 불리는 알선자와 삼삼오오 개별 영업을 하는 것은 신고가 많이 들어와 단속하고 있지만 이번 건은 새로운 형태의 수법”이라며 “이렇게 만남이 주선되면 이 자체를 성매매로 보고 처벌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 입장에서는 정말 머리를 잘 굴린 셈”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 플랫폼의 운영자는 성매매 시장에서 매니저로 불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여성을 구하고 필요한 남자들에게 공급해주는 일종의 중개업자다. 그들은 여성이 가입요청을 하면 즉시 쪽지를 보내며 대화를 시도한다. 노골적으로 얼굴사진과 몸매가 드러난 사진을 요구하고 2차(애프터)가 가능하냐고 묻는다. 성관계를 가질 수 있냐는 뜻이다.

이들의 특징은 절대 성과 관련된 단어를 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어려운 은어를 사용해 단속망을 교묘히 피해간다. 가입자의 구체적인 질문엔 거의 대답을 하지 않고 다른 말로 화제를 돌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기자의 집요한 질문에 그들은 일절 답하지 않았다.

◇ 관계부처 “문제 생기면 보완하겠다”는 말만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랜덤채팅을 통해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경우는 접했다. 사실상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모든 대화를 정부 차원에서 추적할 수는 없기에 사회적으로 가장 문제가 컸던 랜덤채팅에 대한 대응책부터 내놓은 것”이라며 “추후 문제가 발생하면 보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나 변종 성매매 등 사회적 이슈가 되는 문제가 떠오를 때면 정부의 반응은 항상 ‘문제가 발생하면 보완하겠다’는 것에 그친다. 경찰청도 정부의 관련법에 의거해 단속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놓을 뿐이다.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이런 건을 성매매로 단속하려면 여성의 구체적인 진술이 확보돼야 수사에 들어갈 수 있다”며 “진술하면 처벌 받는데 어떤 여성이 경찰서로 찾아와 이런 말을 하겠나”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점점 음성화돼 단속하기 어려워지는데 그럼에도 경찰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울지방경찰청은 “변종 성매매 수법에 관한 보고는 꾸준히 받고 있다”며 “성매매특별법으로 단속이 힘들다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고 유흥주점으로 운영하는 곳을 단속하는 등 식품위생법에 따라 단속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새로운 수법에 관해선 수사팀에 보고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 여성단체 “성매매를 성폭력으로 인식하고 성매수자 강하게 처벌해야”

여성단체나 관련 전문가들은 선제적인 예방책으로서의 제도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풍속단속계의 한 경찰도 “워낙 다양한 형태의 성매매가 발생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예방하긴 어려우나 실정에 맞춰서 단속을 적극 추진하는 방법밖엔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여성인권센터 ‘보다’의 한 상담가는 “성매매를 여성의 ‘자발적’으로 한 행위라 보고 성폭력과 성 접대 문제와 떼놓고 생각한다”며 “성폭력이거나 성 접대이거나 성매매인 것이 아니라, 성폭력이자 성 접대이면서 성매매”라고 강조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도 “다른 범죄 피해자에게는 ‘자발적’이라는 말이 붙지 않는데 성매매에만 ‘자발적’이라는 말이 붙는다”며 “특히 앱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는 여성에게 더 위협적이고, 어리고 더 취약한 여성들을 돈 주고 살 수 있다는 인식을 만연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 성매수자만 처벌하는 ‘노르딕 모델’ 도입 목소리도

여성인권센터 ‘보다’는 “성매매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로 봐야 하고, 따라서 성 구매자와 성 판매자 양자의 문제로 보기보다 그 사이에 개입하는 알선자와 사회 분위기를 봐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성매매 수요는 차단하고 성매매 여성은 처벌하지 않는 노르딕 모델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르딕 모델은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 등 북유럽 일부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성매매 관련 정책으로 판매자가 아닌 구매자를 처벌하는 정책이다. 성매매를 알선하는 포주와 성구매자만 형사처벌하고 판매자에 대해서는 처벌을 면제한다. 성매매의 근본 원인이 수요에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성판매자들은 성매매 수사에 협조하면서 성매수자를 보다 쉽게 처벌할 수 있다. 이 제도로 북유럽 국가들의 성매수자는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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