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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업인은 잠재적 범죄자’ 탄식마저…처벌만이 능사?

[기자의 눈] ‘기업인은 잠재적 범죄자’ 탄식마저…처벌만이 능사?

기사승인 2021. 01. 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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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참 회장 "韓 CEO, 경쟁국보다 사법리스크 직면"
중대재해처벌법에 CEO 책임·리스크↑ 재계 '우려'
정석만
경제산업부 정석만 기자
“한국에서 최고경영자(CEO)가 얼마나 큰 책임을 지는지 보여준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KOREA·암참) 회장이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에 대해 언급한 말이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CEO들이 경쟁국보다 사법 리스크에 많이 직면하고 있어 경영 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도 했다.

일반 국민들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이 부회장의 판결에 대한 반응을 조사한 결과 46%가 ‘과하다’고 답한 것을 보면 말이다. 이 부회장은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계는 향후 김 회장이 말한 CEO들의 책임과 사법리스크가 더욱 커질 것에 우려를 나타낸다. 불황과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도 기업들의 기를 살리기보다 규제가 한층 강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계도 한목소리로 보완 입법 논의를 호소하고 있다. 이 법은 50인 사업장에서는 내년부터, 50인 미만의 경우 2024년부터 사업장에서 근로자 1명 이상 사망하거나 2명 이상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하청뿐 아니라 원청업체에도 책임을 묻고,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징역 1년 이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건설이나 조선·철강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는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기업들은 후진국형 중대재해를 근절하기 위해 안전관리에 만전을 다하도록 유도하는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에서 전적으로 기업과 경영진에게만 책임과 처벌을 지워 법 적용의 효과보다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업인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리게 됐다”는 탄식마저 나온다. 일각에서는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하청 대신 자동화, 국내 대신 해외로 눈을 돌리게 할 수도 있다고도 지적한다.

처벌과 규제만이 만능은 아니다. 중대재해의 발생 원인과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 및 시스템 구축에 충분히 머리를 맞대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줄이고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법 시행까지 남은 기간 정부와 국회, 경영계, 노동계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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