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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반도체 공급난’ 장기화 움직임…현대차·기아 ‘반사이익’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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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기자

승인 : 2021. 01. 26. 19:30

코로나 장기화로 수요·공급 깨져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감산 잇따라
현대차·기아 2개월분 재고 확보
공급망 다변화 등 시장 선점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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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과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 협업을 진행 중인 엔비디아의 고성능 정보 처리 반도체 ‘엔비디아 드라이브’./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누적된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로 감산에 들어간 폭스바겐·포드 등 유럽·미국 완성차 업체들과 달리 비교적 안정적인 재고를 보유한 현대차와 기아로선 미래차 전환에 필요한 시간을 벌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도 일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당분간 재고 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급망 다변화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포드·토요타 등 독일·미국·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심화로 감산 체제에 돌입한 데 이어 최근 각국 정부가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가 위치한 대만 정부에 반도체 증산을 요청했다. 정부 차원에서 특정 국가에 반도체 등 부품 증산 협조를 구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에 대한 위기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TSMC는 기존 반도체 생산라인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생산량을 늘릴 때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방침을 자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직면한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반도체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자동차 수요 급감으로 생산 차질을 겪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감산에 나서자 파운드리 업체들도 차량용 반도체보다 마진이 높은 스마트폰·PC·서버 등 정보기술(IT)용 반도체를 우선순위로 두고 생산 라인을 재배치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등 주요국의 신차 수요 급증으로 자동차 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앞서 차량용 반도체 재고 목표를 보수적으로 설정했던 완성차 업체의 경우 공급난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지난해부터 파운드리 업체들이 IT 기기용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이미 전환한 만큼 이번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생산설비 증설과 신규 투자를 하더라도 증산에 따른 공급 확대 속도가 더딘 데다 완성차 업체들이 대거 출시를 앞둔 전기차·자율주행차의 경우 기존 내연기관차 대비 반도체가 2배 이상 탑재돼 차량용 반도체 수요 급증이 불가피한 탓이다. 최근 NXP·ST마이크로 등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이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제품 가격을 최대 20%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세계 1위 차량용 반도체 업체 인피니온도 조만간 가격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 부분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공급 확대를 위해 생산라인을 재정비하더라도 실제 가동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만큼 적어도 6개월 정도는 공급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이 파운드리 업체에 생산을 주문하는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줄줄이 가격 인상을 앞둔 점도 완성차 업체로선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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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올해 상반기 내 국내 출시할 예정인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전기차 ‘아이오닉5’./제공 = 현대자동차
이처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사활을 건 가운데 업계에선 안정적인 재고를 확보한 현대차와 기아가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한 시간을 벌게 됐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본격화된 글로벌 자동차 수요 침체 속에서도 탄탄한 내수 판매를 발판 삼아 해외 시장에서도 타 완성차 업체 대비 훨씬 적은 생산량 감소를 기록하며 차량용 반도체 수급 흐름을 일정 수준 유지한 영향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초 와이어링 하니스 부족 사태로 인한 셧다운 위기를 극복한 이후 부품 재고의 안정성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만큼 현대차와 기아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을 위한 각축전에서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인피니온·NXP·ST마이크로 등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재고 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현재 1~2개월분의 재고를 확보한 점은 고무적이지만, 차량용 반도체의 수급 불균형이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만큼 공급난이 장기화할 경우 자동차 생산 원가 상승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 등 수익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보유한 차량용 반도체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아직 반도체 공급난의 영향권 밖에 있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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