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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배수의진 쳤다…신동빈號, 생존 사활

롯데, 배수의진 쳤다…신동빈號, 생존 사활

기사승인 2021. 01.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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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손보고 화학 투자 고삐…위기돌파 전열 정비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집중 투자…롯데쇼핑 연내 점포 100개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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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진(背水之陣·물을 등지고 진을 친다).”

올해를 맞는 롯데의 심정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지난해 아플 만큼 아팠다. 사업의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 모두 흔들리면서 실적은 물론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2018년 84조원 규모였던 롯데그룹 매출은 지난해 70조원을 밑돌았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삼성·현대차·SK·LG그룹이 2019년 말 대비 시가총액이 35~85%가량 올랐을 때 롯데그룹은 미래 먹거리 부재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임원 100명을 줄이는 대대적인 연말 인사는 롯데의 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도 신동빈 회장은 “과거의 성공 경험을 과감히 버리고, 성장이 아닌 생존 자체가 목적인 회사에는 미래가 없다”며 쓴소리를 뱉었다. 각 계열사의 CEO들은 ‘파부침주’의 각오로 올해를 맞고 있다. 지난해 바닥까지 간 만큼 올해는 실적반등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 그룹 내에서 매출 비중 70%를 차지하고 있는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와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의 어깨가 더 무겁다.

26일 롯데에 따르면 롯데그룹 실적을 책임지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이 최근 체질개선을 이루며 다행히 반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롯데케미칼은 3분기 영업이익 1938억원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으며, 주매출을 책임지던 대산공장의 재가동이 연말부터 정상화되면서 주가도 연초 27만9500원에서 13일에는 32만6500원까지 치솟기도 하는 등 관심주가 됐다. 롯데쇼핑도 상반기까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3분기 이후 흑자전환되며 점포 정리·조직슬림화 등 강희태식 구조조정의 효과를 얻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롯데지주의 주가도 힘을 받고 있다. 연초 3만530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14일 3만7950원까지도 갔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코로나19로 배운 교훈을 발판으로 이제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때다.

롯데케미칼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제유가가 현재 배럴당 54달러를 상회하는 등 수요 회복에 대한 신호가 포착되고 있지만 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이 지난달 셋째주부터 6주 연속 1달러 선에 계속해서 머물며 여전히 시장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에 민감한 범용 제품에 편중되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신 회장이 강조하는 ‘고부가가치 소재(스페셜티)’의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250억원으로 지분 투자한 터키 인조대리석 업체 벨렌코에 300억원 추가 투자해 1개 생산라인을 증설한 데 이어 여수공장 내에 건축용 스페셜티 소재인 산화에틸렌유도체(EOA)의 생산라인도 증설했다. 에틸렌을 원료로 생산되는 EOA는 고층빌딩·교량·댐 등 대형 구조물 건설에 투입되는 콘크리트 감수제의 원료로,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5% 이상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기초·첨단소재 중에서 친환경 폴리프로필렌(PP), 항균플리스틱 등 최근 시장의 수요에 맞는 적절한 전문성 제품들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시장의 수요에 맞춘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범용제품은 경기에 민감해 코로나19에 취약했던 점을 교훈 삼아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소재사업의 비중을 높이는 데 주력 중”이라고 말했다.

기초소재를 활용해 배터리 분리막 원료를 생산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롯데케미칼은 대산공장 재가동과 신사업 다각화 등에 힘입어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롯데쇼핑은 올해가 재도약의 한 해가 될 전망이다. 2014년부터 5년간 이어온 경영권 분쟁과 검찰수사 등으로 사업 재편의 골든타임을 놓쳤지만 올해는 점포의 디지털화와 옴니채널 구현에 좀더 주력할 계획이다. 관건이었던 점포의 구조조정은 이미 지난해 절반의 목표는 달성했다. 지난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114곳의 점포를 없앴던 롯데는 올해 100여 곳의 점포를 닫으며 목표했던 200개의 점포를 정리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고정비 부담을 줄이며 수익성 개선에 나서는 것과 동시에 지난해 4월 오픈하며 1년간 정비에 나섰던 통합 쇼핑몰 ‘롯데ON’을 성장시켜 온라인 시장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월 사용자수는 112만명으로 1위 쿠팡(2141만명)의 5.2%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미 온·오프라인에서 확보하고 있는 3900만명의 롯데 회원수와 40년 넘는 유통 노하우의 강점으로 3년 남은 거래액 20조원으로 업계 1위 달성의 목표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특성이 다 다른 7개의 계열사를 통합하는 데 당연히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상반기까지 AI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방대한 유통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이 원하는 상품을 콕 집어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완성해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대고객 마케팅 활성화와 식품을 비롯한 그로서리 등 고객 혜택을 강화하면서 트래픽을 올리는 데도 좀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실적 개선이란 숙제가 끝나면 호텔롯데 상장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롯데지주의 출범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정리했지만 신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는 완성되지 않았다. 롯데지주는 현재 주요 계열사 지분을 대부분 보유 중이지만 일본 롯데홀딩스가 최대주주인 호텔롯데 아래에 있는 롯데물산·롯데건설·롯데렌탈과 롯데상사 등은 가져오지 못했다. 지배구조 완성을 위해선 호텔롯데의 상장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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