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급감에 다이궁 의존도↑…4분기 알선수수료율 20% 넘어
백신보급·정부면세지원책 따라 하반기 실적 반등 기대도
"관광수요 회복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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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호텔신라에 따르면 지난해 호텔신라는 18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연간 실적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매출도 3조1881억원으로 전년 대비 44.2% 급감했다. 이런 실적은 코로나19로 호텔신라의 사업이 사실상 ‘올스톱’됐기 때문이다. 면세사업의 경우 시내면세점과 공항면세점 매출이 지난해 4분기에만 각각 27%와 88% 감소했다. 공항면세점보다 다소 상황이 나은 시내면세점 역시 지난해 연간매출이 2019년(3조2768억원) 대비 29.9% 줄어든 2조2960억원에 그쳤다. 이는 2018년 2조4410억원보다도 좋지 않은 성적이다.
관광객 급감으로 다이궁(중국인 보따리상)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알선수수료율도 급격히 높아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형 면세점의 경우 알선수수료율은 10%, 중·소면세점의 경우 20% 수준이지만 지난해에는 대형면세점들의 알선 수수료율이 20%에 육박하는 등 다이궁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실제로 신라면세점의 알선수수료율(시내면세점)은 지난해 1분기 4.3%에서 4분기 20.9%로 빠르게 높아졌고, 지난해에만 전년 대비 20.3% 증가한 3048억원의 알선수수료가 발생했다.
호텔사업 역시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와 관광객 급감으로 투숙률이 급격히 낮아지며 실적 악화에 일조했다. 신라호텔 서울의 경우 지난해 4분기 투숙률이 33%에 그쳤다. 제주도 투숙률은 75%를 기록했지만 2018년부터 제주도 분기별 투숙률이 9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뿐이었다.
지난해 3월부터 국내를 찾은 관광객은 전년 동월 대비 90% 이상 줄어든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항공기를 이용한 국제선 여행객 수도 97% 수준의 감소세를 보였다. 한 예로 지난해 11월 국제선 여행객 수는 696만4000여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7.2% 줄었다. 국내 공항 이용객수 감소세도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5개 공항 이용객 수는 6503만명으로 전년 1억5767만명보다 58.8% 급감했다.
관광객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는 호텔신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호텔롯데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호텔사업 부문은 2830억원, 면세사업 부문은 8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시내면세점에 공을 들이고 있는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지난해 1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소·중견 면세점과 호텔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상태다. SM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258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관광객이 핵심 고객인 서울 시내 호텔들도 매달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부동산시장 매물로 나오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강남 최초 특급호텔인 쉐라톤 서울 팔래스는 지난해 1~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0% 감소했고, 8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영업을 종료하는 운명을 맞았다.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호텔신라는 올해도 쉽지 않은 경영환경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관광객 수요 회복의 시작점으로 기대됐던 국내 백신 접종 계획이 3분기 이후에나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반기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내 면세 시장 확대 정책도 실적 반등의 기대를 낮추는 요인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자국민의 면세수요를 자국으로 흡수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정부 지원책 확대와 상반기 백신 접종 상황 등에 따라 호텔신라는 지난해 같은 대규모 적자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162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가 언제 회복될지 예상하기 힘들다”며 “국가 간 이동이 가능해지는 시점이 돼야 현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