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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세기의 배터리 소송’ 판정에 목소리 내는 포드·폭스바겐·주지사, 바이든 거부권은

LG-SK ‘세기의 배터리 소송’ 판정에 목소리 내는 포드·폭스바겐·주지사, 바이든 거부권은

기사승인 2021. 02. 14.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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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최소 4년 이용 허용 요구
포드 CEO, LG-SK 자발적 합의 촉구
조지아주 지사, 바이든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 촉구...거부권 행사에 엇갈린 전망
ITC, LG-SK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10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을 침해 인정, 배터리와 부품의 미국 내 수입을 10년 동안 막고, 이미 수입된 품목에는 10년 동안 미국 내 유통과 판매를 금지한다는 명령을 내렸다./사진=ITC 홈페이지 캡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한 판정을 놓고 LG·SK뿐 아니라 판정의 영향을 받는 포드자동차·폭스바겐(VW), 그리고 미국 조지아주 지사 등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드와 폭스바겐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사용해 미국 내에서 전기차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고, 조지아주는 SK가 26억달러(2조9000억원)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곳이다.

◇미 국제무역위, SK이노베이션의 LG에너지솔루션 영업비밀 침해 인정...SK, 10년동안 배터리·부품 수입 금지

앞서 ITC는 지난 10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을 침해 인정, 배터리와 부품의 미국 내 수입을 10년 동안 막고, 이미 수입된 품목에는 10년 동안 미국 내 유통과 판매를 금지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다만 ITC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포드의 전기차 F-150 프로그램을 위한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부품 수입을 4년, 폭스바겐 전기차 생산라인에 필요한 배터리 수입을 2년 각각 허용했다. ITC가 SK 측과 계약을 맺은 포드와 폭스바겐에 대해 유예 기간을 차등적으로 적용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 폭스바겐, 미국 행정부에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최소 4년 이용 허용 요구

이에 대해 폭스바겐은 12일 성명에서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를 최소 4년 동안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미국 행정부에 요구했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 잭슨카운티에 연간 43만대 분량(21.5GWh)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1·2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1공장은 공사가 끝나 시제품 생산을 준비 중이며 내년부터 폭스바겐의 전기차 플랫폼(MEB)에 탑재될 연 2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20만대는 폭스바겐이 북미 시장에서 판매할 전기차의 전량에 해당된다.

◇ 포드 CEO, LG-SK 자발적 합의 촉구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도 11일 트위터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인 두 회사의 자발적인 합의는 궁극적으로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와 노동자들에게 최고의 이익이 된다”며 LG와 SK의 합의를 촉구했다.

조지아주 공장의 시운전과 공장 건설 기간을 감안하면 SK이노베이션이 유예 기간 내에 폭스바겐과 포드에 실제 배터리를 납품할 수 있는 기간은 각각 1년·2년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관측된다.

기술력과 자금력, 부지선정과 공장건설 등 배터리 공장의 진입 장벽이 높아 포드와 폭스바겐이 대체 공급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SK 측에 따르면 114만6000㎡(34만평·축구장 136개 크기) 규모의 조지아주 공장 부지선정에만 6개월이 걸렸다.

공장 부지를 제공하는 미국 내 주정부와 카운티 등과의 협상도 진입 장벽을 높인다. SK 공장 부지는 조지아주가 20년 무상임대한 후 평당 10달러에 SK 측에 팔기로 했다고 한다.

켐프 주지사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지사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분쟁 판정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켐프 주지사가 지난해 1월 13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주정부 청사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는 모습./사진=애틀랜타=하만주 특파원
◇ 조지아주 지사, 바이든 대통령에 ITC 결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촉구

SK 측에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배터리 공장을 유치한 조지아주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이에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켐프 주지사는 12일 성명을 내고 “불행히도 ITC의 최근 결정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기간 SK의 2600개 청정에너지 일자리와 혁신적인 제조업에 대한 상당한 투자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켐프 주지사는 지난해 1월 한국 특파원단과 만나 “SK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프로젝트와 투자는 (자동차 업계)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했고, 자신의 사무실 외벽에 2019년 3월 열린 SK 배터리 공장 기공식 사진을 걸어놓을 정도로 조지아주 역사상 가장 큰 외자 투자인 SK 공장에 큰 기대감을 걸고 있다.

SK 배터리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시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전경./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 바이든, 거부권 행사 여부 주목...가능성과 불가능 각각의 입장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에 대해 백악관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다만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을 무효로 한 사례는 지금까지 5번밖에 없는데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선 한건도 없고,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자기모순’에 빠질 수 있는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크지 않아 보인다.

거부권 행사의 최근 사례는 2013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ITC가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에서 3세대(3G) 이동통신 특허 침해를 주장한 삼성전자 손을 들어주고 애플 제품 수입 금지를 결정하자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정책적 고려가 아닌 ITC의 법리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는 형식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법무법인 레이텀앤왓킨스의 데이비드 캘러헌 변호사는 미 대통령이 수십년 동안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수건에 불과하다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극도로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ITC도 96쪽의 판결문에서 “이번 명령의 조정은 공익적 관점에서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포드와 폭스바겐에 대한 유예 기간 설정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PRESIDENT BIDEN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말을 보내기 위해 백악관을 나서고 있다./사진=워싱턴 D.C. UPI=연합뉴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변화를 4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꼽고 미국 내 전기차 생산에 힘을 쏟고 있는 것 등을 감안하면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인들이 더 많은 전기차를 사도록 지원함으로써 전기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라며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올해 후반기에 바이든 대통령의 2조달러 기후변화 계획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인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새로운 할인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니퍼 그랜홀름 에너지부 장관 지명자는 지난주 진행된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미국이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미국 내에서 더 많은 배터리를 제조해야 한다며 “(전 세계) 142곳에 리튬배터리 메가공장이 건설 중인데 이 가운데 107곳이 중국에, 9곳이 미국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 상태를 그대로 둘 수 없고 훨씬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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