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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빚을 화폐로’ 변신시키는 ‘마술’과 자산 가격 버블

[칼럼] ‘빚을 화폐로’ 변신시키는 ‘마술’과 자산 가격 버블

기사승인 2021. 02. 1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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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규제 등으로 영업이 제한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손실을 보상하자는 논의가, 특히 서울시와 부산시 시장보선을 앞두고 활발해지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한국은행의 국채 직접인수(직매입)가 범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빚을 화폐로’ 변신시키는 이 방안이 지닌 위험성부터 확실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이 방안의 중독성이다. 한국은행의 국채 직접인수는 증세나 국채발행에 비해 국민의 실질적 부담은 줄어들지 않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당장의 ‘고통’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이런 방식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마치 제방의 둑이 무너지는 것처럼 차후에도 이 방식이 애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런 빚의 화폐화가 쌓이면 장기적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되어 국민들에게 더 큰 고통으로 되돌아온다.

대표적 사례가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이 전쟁배상금을 조세 대신 화폐를 증발해서 갚고자 했던 일이다. 이는 당장 증세가 주는 고통을 면하게 해주었지만 국민들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이란 더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화폐가 벽지나 땔감으로 쓰일 정도로 가치가 폭락하고,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노후연금과 저축도 휴지조각이 되어 독일국민들은 ‘벼락거지’ 신세가 됐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패전국이었던 오스트리아도 전쟁 배상금을 화폐의 증발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가 없지 않았지만 이런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했던 루트비히 미제스 같은 학자 덕분에 독일만큼 재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국채를 중앙은행이 직접 인수케 하는 재원조달 방안은 바로 중앙은행이 인수한 국채만큼 시중에 화폐를 푸는 것으로 바로 독일이 걸었던 길을 가는 것이다.

다음으로 원화 표시 화폐가 증발됨에 따라 다른 화폐에 비해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거나 불안해질 위험성이다. 과거 프랑스 루이 15세의 섭정이었던 오를레앙 공의 후원으로 존 로(John Law)는 조세징수권뿐만 아니라 각종 독점권을 지닌 인도회사(미시시피회사)뿐만 아니라 은행권 발행의 특권을 누린 루아얄(왕립)은행을 경영했고 재무부장관도 지냈었다.

그의 은행은 루이 14세 때의 엄청난 전비 등으로 재정이 위태롭던 프랑스 정부의 부실채권을 화폐화했었다. 인도회사의 최대주주는 국왕이었는데, 존 로는 국채 소지자들이 인도회사 주식을 사도록 유도하려고 주식가격의 상승을 위해 루아얄 은행권을 대량 발행했었다. 한때 인도회사의 주가는 이런 그의 계획에 힘입어 20배까지 뛰었지만 결국 붕괴하고 만다.

정부의 막강한 후원을 받던 존 로 조차도 루아얄 은행권의 과다발행에 따른 가치 하락과 루아얄 은행권에 대한 신뢰상실을 회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버블의 역사’에서 자주 인용되는 ‘미시시피 버블’이다. 국제결제 통화가 아니어서 미국의 연준이나 여타 국제금융기구의 특별한 배려를 받을 수 없는 원화의 경우에는 루아얄 은행권에 비해 더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지금 재정조달의 방법으로 한국은행이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이런 방안은 국민들이 이런 방안 속에 들어있는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위험할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 방식으로 화폐가 늘어나게 되면,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거품이 더 낄 것이고 그 결과 ‘벼락거지’가 됐다는 원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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