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의·상식 무너지는 것 더는 두고 볼 수 없어”…전격 사의 표명 (종합)

尹 "헌법정신·법치 시스템 파괴되고 있어…피해는 국민에 고스란히 돌아갈 것"
여권 추진 '중수청' 설치 정국서 한계 느낀 듯…박범계 "안타까운 마음"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거취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정재훈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임기를 약 4개월가량 남겨두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이로써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본격화한 청와대·여권과 윤 총장의 갈등은 일단락됐다. 다만 향후 정국에 미칠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대검찰청 현관 앞에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총장을 사직하려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의 사의표명 1시간쯤 후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열고 문 대통령의 사의 수용 소식을 전했다.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한 문 대통령은 최근 검찰 인사와 관련해 사표를 제출했던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도 수리했다. 후임에는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이 임명됐다.

직무배제와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상황에서도 소송전을 벌이며 자리를 지켰던 윤 총장이 사의를 결심한 것은 여권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을 골자로 하는 중수청 설치 논의가 윤 총장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린 셈이다.

윤 총장은 검사 임관 후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까지 하며 중수청 설치에 대해 강력한 비판 목소리를 냈다.

윤 총장은 전날(3일) 대구고·지검을 방문해 “(중수청 설치는)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현재 추진 중인 소위 검수완박은 부패가 마음 놓고 (완전히) 판치게 하는 소위 ‘부패완판’”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권이 중수청 설치를 계속 밀어부치면서 윤 총장은 더 이상 검찰총장 자리를 지킨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최근 주변에 “내가 그만둬야 멈추는 것 아니냐”고 털어놓으며 거취를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총장이 언제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 반복됐지만, 최근 중수청 설치 움직임을 보면서 (거취에 대한) 고심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