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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파리 목숨’ 보좌진… 21대 국회, 매일 1명 이상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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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학 기자

승인 : 2021. 03. 0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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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21대 국회의원 보좌진 임면현황' 단독 입수
지난해 5월 개원~올해 2월까지 341명 퇴직
임명 1달만에 57명 퇴직...한 의원실 10명 퇴직도
보좌진 처우 개선 위한 법적·제도적 방안 마련 시급
[포토] 찬성 187인 반대 99인 기권 1인...공수처법 본회의 통과
대한민국 국회의원 300명의 실질적인 입법과 의정 활동을 최일선에서 지원하고 주도하는 일선 보좌진의 처우 보장과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 이병화 기자
아투 탐사 컷
21대 국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5월 개원한 21대 국회에서 올해 2월까지 보좌진 341명이 퇴직했다. 매일 1명 이상의 보좌진이 국회를 떠났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300명인 점을 보면 9개월도 안 돼 모든 의원실에서 보좌진 1명이 나간 셈이다. 임명 한 달 만에 짐을 싼 보좌진만 57명에 달했다. 한 의원실에서만 10명이 퇴직한 경우도 있었다.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의원들의 입법과 의정활동을 최일선에서 주도하고 지원하는 일선 국회 보좌진에 대한 실질적인 법적·제도적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대한민국 민의를 대변하는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일선 보좌진의 처우를 보장해야 입법·의정 활동의 질도 제고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아시아투데이는 8일 국회 사무처의 ‘21대 국회의원 보좌진 임면현황’ 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난해 5월 30일부터 올해 2월 14일까지 260일 동안 341명의 보좌진이 국회를 떠났다. 이 중 4급 보좌관은 85명, 5급 비서관 93명, 6급 비서 35명, 7급 비서 43명, 8급 비서 36명, 9급 비서 49명으로 확인됐다.

임명된 지 열흘도 안 돼 퇴직하는 보좌진도 22명이나 됐다. 특히 지난해 5월 30일 개원때 임명된 보좌진이 다수였다. 한 보좌진은 “의원이 총선 때 선거운동을 도운 보좌진을 개원 후 등 돌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보좌진을 갈아치운 A 의원실은 10명이나 짐을 쌌다. 퇴직자의 평균 재직기간은 약 76일로, 지난해 10월 채용한 5급 비서관 2명이 열흘도 버티지 못하고 잇따라 의원실을 나갔다. 지난해 10월 1일 임명된 5급 비서관은 열흘만인 11일에 퇴직했고, 이어 12일에 채용된 또 다른 5급 비서관도 엿새만인 18일 떠났다.

또 다른 보좌진은 “한 달에 한 명이 나간 꼴”이라며 “이 정도로 퇴직이 잦으면 의원과 의원실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또 보좌진 7명과 6명이 퇴직한 의원실이 각각 1곳이었다. 5명이 떠난 의원실은 3곳, 4명 8곳, 3명 21곳, 2명 62곳, 1명 84곳 순이었다.

◇국회의원 보좌진 처우 개선 법안 발의됐지만 갈길 멀어

지난 1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수행비서 면직’ 논란으로 보좌진의 처우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수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

논란을 일으킨 류 의원도 최근 면직 예고제와 면직수당 도입을 뼈대로 한 ‘국회의원 보좌직원 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은 근로기준법처럼 면직 30일 전 예고와 예고하지 않았을 땐 30일분 이상의 ‘면직 수당’ 지급 등을 담았다. 또 면직을 포함한 징계처분에 대한 보좌진의 방어권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20대 국회부터 의원실 3곳에서 일한 C비서는 “해고노동자 출신이자 노동 존중을 표방하는 류 의원이 ‘부당해고 비판’ 이후 내놓은 법안이 면직 예고제 도입 수준에 머물러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이 비서는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보좌진들이 의원을 상대로 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비서는 “해고된 의원실에서 일 할 수 없고, 다른 의원실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선 “보좌진의 숙명” “퍼블릭 마인드 가져야”

다만 고용불안은 ‘보좌진의 숙명’이라는 주장도 있다. 17대 국회부터 의원실 6곳에서 일한 D 보좌관은 “그동안 모신 의원 중 두 의원이 처음 꾸린 보좌진과 임기가 끝 날 때까지 함께 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셨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보좌진이 한 의원실에서만 오래 일하게 되면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여러 의원실에서 경험을 쌓고 의원실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승진 기회도 생긴다”고 말했다.

대국민 공공서비스를 하는 국회 보좌진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임금 대비 업무가 과다하다는 불만을 갖는 보좌진들은 ‘퍼블릭 마인드(공적 의식)’가 부족한 것 같다”며 “그런 분들은 민간 기업에 가는 것이 더 맞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의 비서라 할 수 있는 장관도 국정운영 철학과 맞지 않으면 사퇴하듯이 보좌진도 의원과 뜻이 맞지 않으면 퇴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리 좀 비워줘요” 말 한마디에 짐 쌌다

국회의원 보좌진 지위는 별정직 공무원으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보좌진에 대한 법적·제도적 근거도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만 있을 뿐 체계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특히 임면 관련 전권은 전적으로 의원이 쥐고 있어 임명된 날 해고해도 법적 문제가 없는 구조다. 보좌진이 국회의원으로부터 부당한 지시나 대우를 받아도 대항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다.

20대 국회때 의원실 두 곳에서 일한 전직 B비서는 “미국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귀국한 지역구 유력인사 자제가 국회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요청에 의원실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직 비서는 “누군가는 보좌진을 개인사업자라고 말하긴 하지만, 국회는 ‘무법지대’”라고 토로했다.

이 전직 비서는 “근로기준법을 넘어 고용주(국회의원)와 피고용주(보좌진)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며 “의원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구실을 들어서라도 계약해제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피감기관’ 국회 사무처, 개별 의원실 자료 공개 ‘겁내’… 의원은 누가 감시하나

국회는 해마다 국정감사를 통해 행정부를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기준 국감 피감기관만 643개(국방위원회 제외)에 달한다. 학계의 한 전문가는 “정작 국회의원은 개별 입법기관이란 방패 뒤에 숨어 견제받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사무처도 국회 운영위원회 피감기관으로 국회의원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의원들의 반발이 심해 몇 년 전부터 의원실을 특정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의정활동을 중심으로 한 ‘공동보좌관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운동본부 사무총장은 이날 아시아투데이와 통화에서 “미국의 경우 국회 사무처에서 개별 의원의 의정활동에 맞는 보좌관을 공급하는 보좌관풀제를 운영한다”며 “우리나라의 ‘일용직’ 보좌관 제도로는 전문성을 강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보좌진은 공적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라며 “의원의 개인 수행비서는 사비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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