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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삼화 서울시극단장은 17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극은 어느 날 사람이 모이고 배우가 있으면 해야 하는데 너무 거추장스럽게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극단은 올해 극장을 벗어나 야외에서 관객들과 함께 이동하며 작품을 공연하는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
문 단장은 “연극을 영상으로만 대체하고 싶지 않아서 더 소규모로, 게릴라처럼 퍼지게 해서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극단은 극장이라는 한계를 넘어 광장, 학교 등 어느 곳이든 무대로 삼아 연극 상연을 하는 ‘탈극장&청소년 프로젝트-드리밍 팝(Dreaming Pop)’(이하 ‘드리밍 팝’)를 선보인다.
중·고생 등 청소년을 위한 이 연극 프로젝트는 배우들이 세종문화회관 광장에서 연극을 선보이다 뒤편 계단으로 이동해 다음 장면을 연기하는 방식 등으로 진행된다. 관객에게는 기존 연극과 다른 새로운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드리밍 팝’의 첫 작품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로, 오는 9~11월 공연된다. 서울시극단은 이 작품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만큼 새롭게 해석하고 재구성해 선보인다. 연출은 황이선, 예술감독은 문 단장이 각각 맡는다.
문 단장은 “우리가 아는 ‘웰메이드’(well-made) 연극,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잘 짜여진 스토리텔링은 지양하려고 한다”며 “웰메이드 연극은 할 수 있는 곳이 많으니 우리는 다른 것을 찾아보고 싶다”고 했다.
서울시극단이 올해 준비한 라인업은 ‘맥베스’를 포함해 여섯 작품이다.
정기공연 첫 무대는 알베르 카뮈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연극 ‘정의의 사람들’이다. 4월 23일∼5월 9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 작품은 20세기 초 러시아를 배경으로 정의와 인간애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어 5월 21일∼6월 13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가족 음악극 ‘한여름 밤의 꿈’을 선보인다. 어려운 고전 문학의 틀을 벗어나 관객이 쉽고 즐겁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
9월 3∼19일에는 서울을 소재로 한 창작극 ‘천만 개의 도시’를 무대에 올린다. 천만 인구가 느끼는 도시 서울에 관한 이야기를 담는다.
이밖에 장류진의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을 연극으로 만든 동명작 ‘일의 기쁨과 슬픔’(10월 21∼27일 S씨어터), 탈시설 장애인의 이야기를 담은 ‘등장인물’(가제·11월 2∼7일 S씨어터)도 무대에 올린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공연의 영상 송출 비중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 단장은 “영상 쪽으로 예산이 많이 배정됐다”며 “연습할 때부터 (영상 송출을 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극단은 2009년부터 운영해온 시민연극교실도 진행한다. 제13기 시민연극교실 모집은 5∼6월, 진행은 7∼11월 있을 예정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될 시민 30∼40명은 두 팀으로 나눠 작품 상연까지 경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