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미국·유럽내 추가 투자 발표
공정 로드맵상 삼성·TSMC에 뒤처져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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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22조원 들여 파운드리 공장 2개 짓는다
팻 겔싱어 인텔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23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에서 진행한 웹브리핑에서 “대부분 반도체 제조시설이 아시아에 집중돼있는 상황”이라며 “인텔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제조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유럽 공장에서 전세계 고객을 위한 파운드리 서비스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인텔은 애리조나주 오코틸로 캠퍼스에 200억달러(약 22조 60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 두 곳을 세울 계획이다. 겔싱어 CEO는 “새 공장에서 3000명 이상의 고임금 노동 창출과, 1만5000개의 장기고용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CEO 직속 조직으로 운영된다. 겔 싱어 CEO는 “실무는 랜디어 타쿠르 인텔 부사장이 맡으며 저 역시 이 조직을 직접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세계 최대 종합반도체(IDM) 기업이지만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규모 역시 세계 톱10 밖이다. 하지만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오며 파운드리 시장의 높은 성장이 예상되자 이 사업을 다시 키우는 것이다.
겔싱어 CEO는 자체 파운드리 사업도 키우지만, 일부 제품에 한해 외부 파운드리와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 대상으로 TSMC, 삼성전자, UMC, 글로벌파운드리를 언급했다. 인텔이 외부에 생산을 맡길 제품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인공지능(AI) 프로세서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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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반도체 제조역량 강화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노선과 궤를 함께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첨단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제조시설을 미국에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가 최우선이라고 지목하면서 공급망 점검을 골자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미국 의회의 자국 반도체 지원 분위기도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재진입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달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미국 영토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면 보조금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서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 요청서에는 인텔, AMD, 퀄컴 등 미국 반도체 기업 CEO들의 서명이 담겼다.
겔싱어 CEO는 이날 “인텔은 국내 투자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계획에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애리조나 주 정부와 함께 협력할 수 있어 기쁘다”며 “미국과 유럽에서 생산 물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에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응원을 보냈다. 겔싱어 CEO는 “아마존, 시스코, 에릭슨, 구글, IBM, 아이멕,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영상에 직접 출연해 인텔을 응원하기도 했다. 인텔의 오랜 친구였던 애플은 언급하지 않았다. 애플은 지난해 직접 설계한 반도체 생산을 TSMC에 맡기며 인텔과 결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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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관심사는 인텔이 초미세 공정에 투자하느냐다. 어느 공정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삼성전자·TSMC와 직접 경쟁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겔싱어 CEO는 “어떤 공정에 투자할지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만 밝혔다.
동일한 웨이퍼 크기에 미세 공정이 올라갈수록 반도체(칩) 크기가 작아지는데, 이 크기가 작아질수록 한 장에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칩 숫자가 늘어난다. 만약 수율이 같다면 미세 공정으로 생산할 수 있는 회사의 경쟁력이 더 높다.
인텔이 7나노미터(㎚) 이하 초미세공정에 투자하면 경쟁사는 TSMC와 삼성전자다. 전세계에서 7나노 이하 공정이 가능한 파운드리 기업은 두 곳뿐이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회로가 미세화될수록 고성능, 저전력을 구현할 수 있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이 10나노, 7나노, 5나노로 계속 미세화되는 추세다.
10나노미터(㎚) 이상 공정에 투자하면 글로벌파운드리, UMC, SMIC 등과 고객사 확보 경쟁을 펼치게 된다.
인텔이 7나노 이하 미세공정에 투자할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 TSMC와 기술 격차가 이미 벌어져있는데다 양사가 매년 30조원대 투자를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7나노 공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인텔이 갑자기 3·5나노를 양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겔싱어 CEO 역시 외부의 기술격차 우려를 의식한 듯 “7나노 공정은 잘 준비하고 있다. 극자외선(EUV) 기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ASML과도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ASML의 노광기 1년 생산량의 절반은 TSMC가, 나머지 35~40%는 삼성전자가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진만큼 인텔이 양사 수준을 빠르게 따라오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7나노 이하 초미세 고성능 반도체보다 레거시(범용) 시장을 공략하더라도 충분히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이라며 “당장 미국에서 부족한 레거시 반도체 생산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