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기관사’가 된 파일럿..전염병에 실직 물결에 휩쓸린 독일 파일럿들

‘기관사’가 된 파일럿..전염병에 실직 물결에 휩쓸린 독일 파일럿들

기사승인 2021. 05. 02. 14:1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기관사
코로나19 위기로 실직 위기로 몰린 독일 파일럿 중 다수가 철도 기관사로 재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기사 내용과 관계없는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중년에 접어든 독일인 칼로스는 스위스 연방 철도 훈련센터의 교육실에서 기차 기관사 양성 수업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5년간 모 항공사에서 여객기를 조종했던 숙련된 파일럿이다. 하늘을 떠나 지상으로 내려와 새로운 조종대를 잡기로 한 그의 갑작스러운 선택은 자의가 아니었다. 근무하던 저가 항공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파산하면서 칼로스 뿐 아니라 수백명의 파일럿 동료와 승무원들까지 직장을 떠나야만 했다.

독일 내 코로나19 위기는 한때 본인 직업이 안정적이라고 믿었던 수천명의 파일럿을 위기로 내몰았다. 전염병 대유행이 장기화됨에 따라 재취업의 길도 쉽지 않았다. 전 세계 항공 여객기 산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그들 중 많은 수는 독일 공영 철도기업인 ‘도이체반(DB)’이나 가까운 ‘스위스 연방 철도(SBB)’의 기관사 재교육 과정에 눈을 돌렸다. 항공 승무원들 중 상당수도 기차 승무원으로 재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최근 독일 TV채널 ‘유로뉴스’에 출연한 칼로스는 “상대방이 나에게 더 이상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다면 나는 자존심을 잠시 내려놓고 어떻게 해서든 다시 앞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며 현재 상황을 ‘끝난 연애 관계’에 비유했다. 그는 “저가 항공사에서 근무했던 많은 파일럿들, 특히 ‘썬익스프레스’나 ‘게르마니아’ 같이 코로나19로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은 저가 항공사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는 경험을 했으며 새로운 직장을 얻기 위해 직업 재교육 과정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유럽조종사협회(EPA)는 6만5000여명에 달하던 독일 내 기존 파일럿 및 승무원 등 항공기 운행 관련 종사자 중 약 1만8000명이 영구적으로 일자리를 잃을 걸로 예측하고 있다.

독일 최대 규모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2021년 12월 31일까지 고용된 파일럿들에 대해 단축 근무제를 시행해 해고 인원을 최고화할 계획이지만 독일 항공노동자조합(VC)은 관련법상 해고보호 기간이 끝나는 2022년 4월부터는 약 1200명이 정리 해고될 것으로 전망했다.

루프트한자는 또한 브레멘에 거점을 둔 자체 지원 비행운행 학교 과정을 축소하고 이론 교육과정만 유지하겠다는 결정을 발표함으로써 앞으로도 한동안 신규 파일럿을 양성하거나 대규모 채용할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런 결정은 파일럿 교육과정을 이수 중인 직업 훈련생들에게도 큰 타격을 입혔다.

루프트한자 측은 현재 브레멘 비행운행 학교에 있는 약 700명의 파일럿 수련생들 중 이미 훈련 과정을 마치고 즉시 실무 투입이 가능한 150명만을 졸업시킨다. 나머지 학생들은 타 비행운행 학교에서 남은 교육 과정을 이수하거나 아예 직업 방향을 바꿔 새로운 직업훈련과정을 시작하는 것을 권했다. 독일 공영방송 ARD에 따르면 이 파일럿 학교의 재학생 중 100명 이상이 이에 대해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