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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리콘밸리에 있는 일류대학이 왜 판교에는 없나

[사설] 실리콘밸리에 있는 일류대학이 왜 판교에는 없나

기사승인 2021. 05. 0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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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벤처밸리 정보기술(IT)업계가 더 높은 연봉과 혜택으로 개발자를 모시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개발인력의 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당장의 문제보다 수년 뒤에는 고급인재의 부족이 한국의 IT강국 위상을 흔들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아는 프로그래머보다 ‘소프트웨어 리더’를 기르지 못하는 게 더 치명적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하순회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학과장은 지난 6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소프트웨어 분야는 우수인력은…일당백이다. 스티브 잡스…같이 단 한 명이 이끌어낼 변화를 생각해보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고급개발자 양성이 이렇게 중요한데도 현재는 프로그래머만 양성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현재 4차 산업혁명에 앞서기 위한 각종 대책들이 나오지만 내실이 부족하다는 말로 들린다.

이 문제는 한국의 판교에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같은 최고의 대학이 없다는 데서 잘 드러난다. 실리콘밸리에는 그곳에서 활약하는 인재들의 산실인 스탠퍼드대학이 있지만, 한국의 실리콘밸리라는 판교 벤처밸리에는 그런 대학이 없다. 그럼에도 안타깝게도 제2, 제3 판교 테크노밸리 조성계획에도 연구능력을 갖춘 최고의 대학을 유치할 계획은 빠져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된 이유는 서울소재 대학들이 수도권인 판교에 분교를 세울 수 없게 한 ‘수도권 규제’ 때문이다. ‘수도권’ 규제는 지방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인데, 이런 규제로 판교에 일류대학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고 해서 지방이 발전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한국이 4차 산업혁명에서 뒤처져서 미래 세대가 차지했을 고부가가치 일자리들이 사라지고 만다.

정부가 청년세대의 앞길을 열어주겠다면, 인력의 수요가 많은 소프트웨어와 같은 분야에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게끔 학과별 대학정원 규제를 확 풀고,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리더의 꿈을 꿀 수 있는 현실적 방안들을 제시해야 한다. 판교 벤처밸리에 국내 최고의 대학들이 분교를 내어 경쟁하도록 하는 것도 그런 방안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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