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반도체 강국’ 미국은 왜 글로벌 생산기지 지위를 잃었을까

‘반도체 강국’ 미국은 왜 글로벌 생산기지 지위를 잃었을까

기사승인 2021. 05. 12. 18:0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반도체 원조' 생산능력 13% 불과
비싼 인건비·인프라 부족 난제
글로벌 기업에 잇단 투자 유치
20일 상무부 주재 대책 회의서
삼성전자에도 투자 요청 나설 듯
basic_2021
미국이 천문학적인 반도체 지원금을 앞세워 글로벌 생산기지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지난달 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반도체 포럼을 연데 이어 오는 20일에는 지나 러만도 상무장관이 반도체·자동차 기업들과 화상회의를 주재한다. 대통령에 이어 상무장관까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나섰다.

미국이 이토록 절박한 이유는 세계 반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자국 비중이 1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이 설계한 군사무기나 위성에 탑재할 첨단 반도체까지 아시아 국가에서 생산한지 오래다. 그렇다면 반도체 강국 미국은 왜 생산기지로서 매력을 잃었을까?

◇미국 반도체 공장은 운영·소유 모두 비효율적
12일 미국반도체산업협회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미국에 첨단 로직 반도체 공장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총소유비용(TCO)은 한국, 대만, 중국, 싱가포르보다 최대 28% 비싸다.

첨단 로직 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짓는 자금이 100%라면, 한국과 대만에서는 78%가 든다. 중국에서는 같은 공장을 지을 때 72%의 자금이 필요하다. 메모리, 아날로그 반도체는 이 격차가 더욱 크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는 “이러한 차이는 정부의 지원책 차이에서 온다”며 “중국, 한국, 대만, 싱가포르 정부가 직접적인 세제혜택 외적으로 지원하는 부분까지 감안하면 TCO의 실제 차이는 40~70% 수준까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에 지원하겠다고 공언한 정책자금이 500억달러(약 56조원)에 이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아시아보다 비싼 인건비와 공장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 부족을 뛰어넘으려면 천문학적인 정책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그동안 투자하지 않았던 낡은 용수 시설, 불안정한 전력 공급 등도 미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미국반도체협회는 “미국은 반도체 공장을 소유하고 운영하기에 비용적인 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한 곳이었다”고 평가했다.

◇팹리스(설계)는 미국→파운드리(생산)는 아시아
미국 반도체 산업은 팹리스(설계)에 집중돼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팹리스의 국가별 점유율에서 미국은 56.8%를 차지한다. 뒤이어 대만 20.7%, 중국 16.7%, 한국은 1.5%로 집계됐다. 팹리스 상위 10위 안에 미국은 퀄컴과 엔비디아, AMD 등 무려 6개 업체가 포진했다. 대만과 중국은 각각 2개 업체가 있었다.

팹리스 업체들이 설계한 반도체를 아시아의 파운드리 기업들이 생산하는 체제다. 세계 최대 통신 칩 회사 퀄컴, 애플실리콘 모두 대만과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비즈니스 방식의 연장이기도 하다. 아이디어는 미국에서, 생산은 중국이나 제3국가에서 하는 방식을 반도체 산업도 그대로 따랐다.

미국의 반도체 생산능력은 지난해 13%에 불과했다. 대만 20%, 한국 19%, 일본 17%, 중국 16%에 모두 밀렸다. 아시아 국가의 전체 반도체 생산비중은 72%에 달한다. 미국에서 8·12인치 팹을 운영하는 업체는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트, NXP, 글로벌파운드리, 온세미컨턱더가 있지만 첨단 제품과는 거리가 멀고 양도 적다.

모리스창 TSMC 전 회장 역시 미국이 반도체생산기지로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모리스창 전 회장은 지난달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1년 마스터 싱크탱크 포럼’ 강연에서 “미국의 반도체 제조 단가가 대만보다 높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제공하는 보조금도 단기적인 이점만 가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인건비 등의 비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창 전 회장은 또 “대만 엔지니어들은 미국 엔지니어들보다 훨씬 전문적이고 자신의 업무에 헌신한다”며 “(같은 아시아 국가로 경쟁 우위를 가진 곳은) 삼성전자로 현재 TSMC의 가장 큰 라이벌도 한국”이라고 평가했다.

◇지원금으로 생산기지로서 약점 만회하려는 미국…삼성전자에 통큰 혜택 줄까
반도체 전문가들은 오는 20일 상무부 화상회의에서 삼성전자가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지난달 12일 백악관 회의 이후 TSMC와 인텔이 미국에 조단위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TSMC는 애리조나에, 인텔은 뉴멕시코 등에 새 반도체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미국이 추가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글로벌 대기업은 삼성전자가 남은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오스틴에 공장 1곳을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13일 우리 정부가 발표할 ‘K반도체 전략’에서 나올 혜택과 미국이 제시할 지원안을 충분히 고려해 투자를 조율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미국의 초대는 압박이 아니라 글로벌 최대 반도체 기업 중 한 곳인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생산기지를 유치하려는 노력”이라며 “미국이 먼저 나서서 지원을 이야기할 때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