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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의 콕콕★] 뜨거워진 남혐 논란…박나래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김영진의 콕콕★] 뜨거워진 남혐 논란…박나래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기사승인 2021. 05. 1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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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래의 성적 농담으로 촉발된 남혐(남성 혐오)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아시아투데이DB
박나래의 성적 농담으로 촉발된 남혐(남성 혐오)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가 진행 중이던 유튜브 ‘헤이나래’는 지난 3월 폐지됐지만,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당사자인 박나래는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하차를 요구받고 있으며, 경찰 고발까지 당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도 처벌 기준이 애매해 고민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이번 논란은 일부 남성들의 반격(?)으로 시작됐다. 챗봇 서비스 ‘이루다’를 성적 대상화한 사건이 불거지고, ‘리얼돌(여성의 신체를 본 뜬 인형 혹은 상품)’이 여성의 인격을 침해한다는 비난이 일자 ‘헤이나래’를 역공의 구실로 삼은 듯싶다. 이들은 GS편의점 포스터 사태를 비롯해 몇 년 전 방송이나 작품을 일일이 ‘검열’하며 남혐의 상징물이 없는지 찾고 있다. 또 여성 중심적 발언을 하거나 가부장적 제도에 일침을 가하는 여성 연예인을 ‘페미’로 규정하고 비난을 일삼고 있다.

물론 ‘헤이나래’에서 보여준 박나래의 발언이나 행동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경찰 고발로 이어져야 할 문제라고 정의하기도 어렵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최근 “박나래의 언행은 누군가의 성적 자기 결정권 내지는 성적 통합성을 제한·배제·차별·침해하거나 남성 성별 전체에 대한 차별을 조장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고 사단법인 시민단체 오픈넷도 “구체적 개인으로 특정할 수 없는 시청자는 성희롱 피해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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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왼쪽) 등 남자연예인들이 여성 연예인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몸매를 평가하고 있다. /제공=JTBC ‘마녀사냥’ 캡처
지금까지 한국의 대중 문화 상품에서 성을 소재로 웃음을 주고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남성 연예인의 전유물이었다. 이같은 전례로 비춰볼 때 오랫동안 우리 모두가 젠더 위계를 관습적으로 묵인해 온 것 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박나래의 성적 농담을 과연 성추행·성희롱의 프레임으로 봐야하는지 의문이다. 박나래 사태는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고, 또 그 피해자가 일반 남성이라는 근거도 부족하다. 오히려 불쾌한 이유가 남성 연예인이 누려온 특권 의식을 여성 연예인이 침해했다는 시각으로 본다면 납득이 된다. 박나래 개인에 대한 논란보다, 페미니즘에 대한 일부 남성들의 백래시(반격)에 더 가깝다. 이 분노들이 불평등을 인정한 뒤 벌어진 일이라면, 현실 속 성범죄 가해자들을 향했다면 진짜 ‘변화’가 있진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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