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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③]“갑질은 상급자만 하나요?”…근로법 악용에 고통 받는 스타트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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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

승인 : 2021. 06. 03. 06:00

업무 미흡 지적하자 사장에게 "경찰 신고하겠다"
인격모독·막말 당해도 근로법상 근로자는 '절대유리'
"역갑질,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권리의식 표출된 것"
김근식 카톡
김근식 라이징팝스 에이전시 대표가 지난 4월 22일 근무 시간 내에 업무를 처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원에게 지적하자 직원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맞받아쳤다./사진=김 대표 제공
아시아투데이 이유진 기자·박완준 인턴기자 = #“사장님 왕따이신가요?”, “어이없게 하지 마세요.” 김근식 라이징팝스 에이전시 대표는 지난달 회사 직원으로부터 들은 인격모독 발언으로 밤잠을 설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 중인 김 대표 회사의 직원이 업무 보고를 제시간에 하지 않아 조언을 했다가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협박까지 당했다.

2일 만난 김 대표를 옥죈 것은 다름 아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현행 근로기준법 제 76조에 따르면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에게 업무를 재촉할 수도 없고, 이들이 뭘 하고 있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업무성과가 부진한 것 같아 조언이라도 할 것 같으면 ‘왕따’ 소리를 들어야 했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김 대표는 “갑질은 상급자만 하는게 아니다”며 “법적 우위를 이용해 근로자가 사업주를 괴롭히는 역갑질을 막거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답답하고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근무태만이나 동료직원과의 불화 등으로 사업주를 괴롭히는 직원이 적지 않지만 갑질법 뒤에 숨은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해고가 답이지만, 직원 한명이라도 해고했다가는 당장 정부지원금이 끊기는 탓에 결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연초에 미리 받은 정부의 스타트업 기업 지원금과 예산에 맞춰 사업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정부지원금이 사라지면 회사 운영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직원을 안고가려고 숱한 노력을 해봤지만, 무위에 그쳤다고 김 대표는 토로했다. 한번은 문제직원의 업무 실수를 지적했더니 다음날 무단결근으로 답했다. 그 뿐 아니라 해고예고수당을 주지 않았다고 신고까지 당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근로자 보호를 위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사업주에게 가해지는 근로자의 ‘갑질’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법 개정이나 보완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지원금 등 회사 운영이나 존립과 직결된 조항에 관한 미세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 회사 직원이 해고당하면 정부지원금이 중단된다는 사실을 직원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정부의 청년 창업지원금은 회사 규모와 근로자 인원에 맞춰서 지급된다.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지원금 지급이 중단된다. 김 대표는 “문제 있는 직원 한 명을 해고했다고 정부지원금 지급을 완전히 중단할 것이 아니라 조정한 인원수에 맞게 지원금을 줄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의 한계와 함께 사업주들은 사업주에게 보장된 징계권 등을 적절히 활용해 권리를 보호하는 방법이 현재로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에 만연한 권리의식과 개인주의 성향이 상사를 향한 역갑질 등의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상사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느끼고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생각되면 막말을 하거나 보복하는 행위 등으로 역갑질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용자나 상급자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보호를 받지는 못하지만 징계권을 갖고 있다”며 “이를 잘 활용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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