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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판 금모으기 운동? ‘백신 성금’에 외국기업들 난처

베트남판 금모으기 운동? ‘백신 성금’에 외국기업들 난처

기사승인 2021. 06. 0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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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저녁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성금 출범식의 모습. 20만동(9680원)을 기부한 82세 노인에게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오른쪽)가 감사장을 전달하고 있다./사진=베트남정부공보
베트남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베트남 전국민이 참여하는 백신 구매 펀드(성금)가 지난 5일 정식 출범한 가운데 기금 마련을 두고는 다소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총 1억5000만회분의 백신을 구매하기 위해 25조2000억동(약 1조2197억원) 규모의 재원을 배정해 성금 모금에 나섰다. 출범식에서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코로나19와 맞서 싸우기 위해 모두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며 “(백신 성금에 대한) 모든 기여는 우리 자신과 가족, 지역과 전체 사회의 안전에 무척 의미있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트남 정부가 조성한 코로나19 백신 성금은 흡사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금모으기 운동을 연상케 한다. 베트남 대기업부터 일반 기업·기관과 학교 심지어 운동 동호회에서도 성금 기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번 성금 마련에 가장 많은 기부금을 낸 쪽은 롱탄 골프회사의 레 반 끼엠 회장으로 5000억동(약 242억원)을 내놓아 화제를 모았다.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은 4800억동(약 232억3000만원)을 쾌척했다. 이날 출범식에서 베트남 정부는 총 6조6000억동(약 3194억 4000만원)의 기금을 약정받았다.

일반 시민들도 십시일반 손을 보태고 있다. 이날 출범식에서는 20만동(9680원)을 기부한 82세 고령의 노인에게 찐 총리가 감사장과 꽃을 전달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모아둔 용돈을 성금으로 기탁하는 어린 학생들을 비롯해 성금 모금에 동참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모습들로 가득하다.

문제는 기금을 마련하려는 베트남 정부의 움직임이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대기업 관계자 A씨는 아시아투데이에 “성금 출범을 앞두고 세무국을 비롯해 베트남 기관 여러 곳에서 백신 성금을 내라는 연락이 왔다”며 “진출 기업 입장에서는 성금을 안 내자니 당국에 미운털이 박힐까 무섭고 내자니 얼마를 내야 할 것인지 또 이것을 한국 본사에 뭐라 설명해야 할지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 B씨도 “베트남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는 프로젝트들이 있는데 당국이 성금을 내라니 안 낼 수도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백신 성금을 내더라도 소속 현지 직원들이나 한국 주재원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차라리 대사관이나 한국상공인연합회(코참)에서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어 주든지 백신 접종 보장을 위한 행동에 나서 달라”는 불만이 터져나올 지경이다.

아시아투데이 취재 결과 베트남 현지 기업들은 물론 일본·대만·중국과 미국·유럽권 기업들도 성금 마련에 동참해달라는 당국의 요청을 받았다. B씨는 “성금을 얼마정도 내야하냐고 물으니까 성의껏 내면 된다는 답을 들었다. 다만 베트남이 한국 기업들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덧붙였다”고 전언했다. 응우옌 홍 지엔 베트남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2일 박노완 주베트남한국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진출 한국기업들의 생산활동 중단이 없도록 적극 지원하고 또 집단 면역을 형성할 수 있도록 백신을 생산하는 삼성과 SK가 베트남의 코로나19 백신 접근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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