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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예배시간의 광경이다. 아빠 손에 이끌려 교회로 나온 어린 아들은 참으로 영특했다. 아빠가 기도를 하는데 무언가를 호소하며 잇따라 ‘하나님 아버지’를 되뇌자 자신도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은 채 ‘하나님 할아버지’를 부르며 기도를 시작했다.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아빠가 “교회에서는 너도 ‘하나님 아버지’라고 하는 거야”라고 귀띔을 했다. 그제서야 아들은 “알았어 형”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유유서인가 구태혁파인가. 한국 정치판에 세대 논쟁의 불꽃이 뜨겁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30대 중반의 ‘이준석 신드롬’이 여의도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우리 헌정 사상 초유의 현상이다. 이에 대한 기성 정치인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내부 경쟁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까지 한마디 거들었다가 ‘꼰대’와 ‘애송이’ 설전(舌戰)에 부채질을 한 결과를 낳았다.
정치적 경륜과 장유유서의 유교적 전통문화를 내세웠다가 ‘꼰대의 트집’이란 역풍을 맞기도 했다. 자신의 가치를 최고로 여기며 자기의 시각으로만 세상을 논단하려는 수구적·퇴행적 언행이라는 것이다. 젊은 지도자의 부상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오스트리아에서는 31살의 사회 초년생이 당권을 장악하고 이듬해 총리가 됐다. 뉴질랜드는 37살의 여성 총리, 프랑스는 39살의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다만 젊은 글로벌 리더들은 정당의 대표나 대권 주자가 되기 전에 응축된 정치 경험과 내공을 쌓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준석 돌풍이 현상을 넘어 실체가 되려면 구태 혁신과 보수 재건의 발전적 시대정신을 담아야 할 것이다. 이준석 신드롬은 그 나물에 그 밥인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환멸을 웅변한다. 젊은 정치인은 더 배우고 늙은 정치인은 더 비우라는 환골탈태의 정치에 대한 갈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