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부사장 승계 포석 시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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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보틱스는 최근 새 대표로 강철호 현대에너지솔루션 대표를 내정하는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강 대표가 자리하던 현대에너지솔루션 대표 자리엔 박종환 한국조선해양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강철호 현대로보틱스 대표는 1969년생으로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등에서 외교관으로 일한 것으로 알려진다. 2004년 당시 정몽준 회장이 직접 발탁해 현대중공업 기획실 부장으로 영입했으며, 2010년부터 현대중공업 중국지주회사 법인장을 지냈다. 2017년 11월부터 현대에너지솔루션 대표를 맡아 IPO를 총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통상 상반기와 하반기, 1년에 두 번 정기인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인사 규모는 물론 주요계열사 임원의 거취는 하반기에 정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의 여파로 상반기 인사를 건너뛰기도 했다. 즉 갑작스런 인사로 대표를 변경할 만큼 현대중공업그룹의 신사업에 관한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5월 새롭게 독립 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2019년까지는 영업이익률이 47.7%에 이르는 알짜사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이에 출범 당시 2022년 기업공개 추진, 2024년 매출 1조원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로보틱스는 출범 이후 줄곧 부진한 실적을 이어오고 있다. 코로나19로 거의 모든 제조업이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산업용 로봇을 주력으로 하는 현대로보틱스가 좋은 실적을 거두기란 쉽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로보틱스는 올 1분기에도 연결기준 매출 447억원, 영업손실 26억원의 부진한 성적을 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2.6% 줄었고, 적자도 지속됐다. 지난해 1분기 -1.8%였던 영업이익률도 -5.8%로 하락했다. 가격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 배터리 제조 자동화 등 신규사업에서 손해가 났고 중국법인과 현대엘앤에스(L&S)에서도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현대중공업그룹이 전략통인 강 대표를 통해 실적을 개선하고 성공적인 IPO까지 이뤄내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그룹의 이번 인사가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의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시선도 있다. 현대로보틱스는 정 부사장이 직접 챙겨온 온 회사다. 대표는 맡고 있지 않지만 굵직한 프로젝트에서 얼굴을 비추며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다. 이에 승계를 앞두고 실적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와 더불어 빠른 성장을 통해 안정적 배당이익을 창출하는 자회사로 잡아야 정 부사장의 경영승계 자금줄 마련도 용이해진다.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 90%를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강 대표는 안정적인 공무직을 내려놓고 기업을 택할 정도로 모험심이 많은 인물로 평가받는다”며 “에너지솔루션 대표 당시 실적 개선을 크게 이뤄내 내부에서도 기대감이 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주력사업이 산업 수요 사이클을 타는 산업이라 실적 개선이 녹록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업영역을 다방면으로 확대해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