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식사진 최종 | 0 | 직장인들끼리 회식을 하며 술잔을 부딪치는 모습 /아시아투데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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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사 1년 차 이모씨(25·서울 영등포구)는 이른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둥이’다. 직장 풍속도가 펜데믹으로 확 바뀐 상태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내달 1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방역당국의 결정을 보며 이씨는 동기들과의 회식을 고대한다면서도 불편한 기색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당장 상사와 술자리를 한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며 “참신한 건배사나 회식 자리에서 지켜야 할 예의 같은 걸 미리 찾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2. 이제 서른을 갓 넘긴 염모씨(30)는 서울 여의도에서 금융회사에 다닌다. 거리두기 완화 소식을 듣자 그는 과거 회식 자리에서 취기가 올라 ‘2차, 3차’를 연호하던 상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염씨는 “코로나19로 사라진 회식 덕분에 다음날을 준비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이 넉넉해 좋았다”며 “다시 과도한 회식 자리에 끌려다녀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에 심란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셧다운’을 맞았던 직장 내 단체회식 문화는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와 ‘10시 이후 식당 운영 제한’ 규제가 풀리는 내달 1일부터 다시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직장 회식 재개를 일상 회복의 긍정적 신호보다는 부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회식의 추억’을 되풀이하기보다, 공감과 소통의 장 마련이 필요하다는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2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추이에 따라 새로운 4단계 거리두기 체계가 적용되는 7월 1일부터 식당·카페·노래연습장 등 다중이용시설은 밤 12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수도권에선 내달 14일까지 6인 모임이 허용되고, 15일 이후 최대 8인까지 모일 수 있다. 비수도권의 경우 모임 인원의 제한이 아예 없어진다. 사실상 직장 동료들 다수가 모이는 단체 회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직장 회식의 부활을 바라보는 직장인들의 인식은 세대별로 사뭇 다르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공동으로 지난 15~17일 남녀 직장인 14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유지되길 원하는 것’으로 2030세대 응답자 중 44.9%는 ‘회식 자제’를 꼽아 가장 많은 응답 비율을 보였다.
반면 4050세대 응답자는 31.7%만이 꼽아 4번째를 차지했다. 이는 과거 직장 회식 문화를 지켜보거나 경험한 젊은 세대에서 회식 자체에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호텔리어로 일하는 유모씨(29)는 “코로나19로 다시 회식이 는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면서 “불편한 회식 자체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호사 성모씨(29·서울 강동구)는 “퇴근 후 개인 시간까지 할애하는 회식은 그만했으면 좋겠다”면서 “코로나19가 완화되더라도 회식은 최대한 점심시간을 활용하는 등 새로운 회식 문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직장 회식을 거부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회식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세대별로 이질적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직의 경영진과 관리자, 상사들은 회식을 조직 문화를 활성화하고 직원들 간 관계를 다지는 수단으로 여긴다”며 “하지만 MZ세대들은 윗사람한테 강요당하는 불편한 자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세대별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기가 달라 감염 위험에 대한 부담이 다르다는 현실적인 측면이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물리적인 거리를 가까이 하는 것을 중시하기보다 직장 구성원 간 인식과 사고의 폭을 좁히려는 시도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2030세대, 특히 20대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접종 가장 후순위에 있어 감염 우려가 있는 회식에 참여하는 것을 걱정할 수도 있다”면서도 “근본적으로 회식 문화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를 줄이기 위해선 서로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