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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식량·의약품 고갈 쿠바, 27년만 대규모 반정부 시위...구동구권 연상

전력·식량·의약품 고갈 쿠바, 27년만 대규모 반정부 시위...구동구권 연상

기사승인 2021. 07. 1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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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서 27년만 대규모 반정부 시위, '자유' '독재타도' 외쳐
식량 가격 폭등, 식료품점 앞 긴 줄...의약품 고갈...전력난
1980년대 말 동구권 연상
쿠바 대통령 "미국이 선동"...바이든 "자유 요구 지지"
Cuba Protest
쿠바의 반정부 시위대가 11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아바나 AP=연합뉴스
공산국가 쿠바에서 약 30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시위가 미국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시위대의 목소리가 ‘자유를 요구하는 클라리온(Clarion·나팔 소리)’이라며 쿠바 국민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1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는 전기와 기본적인 생필품 부족을 비판하는 쿠바 시위대의 동영상이 널리 유포됐고, 야권 단체들은 이날 수십명의 운동가들이 행방불명됐다며 쿠바 보안군이 많은 시위대를 구금했을 것으로 우려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 전력·식량·의약품 고갈 쿠바, 27년 만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

쿠바에서의 시위는 전력 및 식량난,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등 의약품 고갈이 촉발했다.

쿠바 시위대는 전날 수도 아바나 인근 산안토니오 델로스바뇨스를 시작으로 아바나·산티아고데쿠바 등에서 ‘자유’ ‘독재 타도’ 등을 외쳤다고 로이터·AFT통신·NYT 등이 전했다.

특히 아바나에서 90마일 떨어진 카르데나스에서는 경찰차가 시위대에 의해 전복됐고, 소셜미디어 동영상은 사람들이 정부 운영 상점을 약탈하는 모습이 담겼다고 NYT는 설명했다.

NYT는 반대자를 진압하는 것으로 알려진 쿠바에서 30년 가까이 보이지 않았던, 수천명의 시위대가 전국적으로 거리로 나서는 주목할 만한 장면이 나타났다며 시위대가 야당의 표현에 대한 억압적인 탄압의 긴 역사를 가진 쿠바에서 공개적으로 저항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전날 시위대 규모는 베테랑 쿠바 분석가들을 놀라게 하는 것으로 지난 수개월 동안 쿠바에서의 비참한 생활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주요 수입원인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었고, 잦은 정전 등 전력난, 쌀·콩 등 기본 식량 가격의 폭등, 아스피린 등 의약품의 품귀 등이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했다는 것이다.

APTOPIX Cuba Protests
쿠바 경찰이 11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반정부 시위 참가자를 억누르고 있다./사진=아바나 AP=연합뉴스
◇ 기본 식량 가격 폭등, 식료품점 앞 긴 줄...의약품 고갈...잦은 정전 등 전력난...1980년대 말 동구권 연상

쿠바의 상황은 1980년대 말 붕괴 직전의 동구권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카트린 한싱 뉴욕바룩대 교수는 달러만 받는 슈퍼마켓 앞에는 엄청나게 긴 줄이 늘어서 있다며 “약도 마찬가지이다. 페니실린·항생제·아스피린 등 정말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1994년 8월 5일 경제난 등에 지친 시민 수천 명이 아바나에서 이례적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인 이후 최대 규모이며 27년 전과 달리 전국적으로 진행됐다는 측면에서 쿠바 정권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NYT는 이번 시위가 쿠바인들이 정부를 비판하는 데 점점 대담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일부는 본다며 한싱 교수가 “기본적 경제 상황이 사람들이 밖에 나가서 목소리를 높이도록 내밀었다”며 “한번 장벽이 깨지고, 상당수의 사람이 두려움이 없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이 보게 되면 용기를 얻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 쿠바 대통령 “위기, 미국 제재 탓...시위, 미국이 선동”...바이든 대통령 “자유 요구 쿠바 국민 지지”

이를 의식한 듯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전날 오후 국영방송 연설에서 현재 쿠바가 겪고 있는 위기와 혼란을 미국의 제재 탓으로 돌리며 미국 행정부와 미국 내 ‘쿠바계 마피아’ 등이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쿠바 국민과 그들의 자유 요구 클라리온을 지지한다”며 “미국은 쿠바 정권에 대해 스스로의 배를 불리는 대신 이 중요한 순간에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논조 변화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인 2014년 12월 쿠바와 외교관계 정상화를 선언하면서 50년이 넘는 양국 간 적대 관계를 청산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어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2017년 6월 쿠바에 대한 여행·통상 제재를 복원했다.

쿠바의 현 상황이 미국의 제재 때문이라는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평가가 엇갈렸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간섭주의적” 접근을 경고하면서 “쿠바를 돕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전 세계 대다수 국가가 요구하는 대로 쿠바에 대한 봉쇄를 중단하는 것이고, 이것이 진정한 인도주의적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에 미국 마이애미의 쿠바 민주화운동 단체의 라몬 사울 산체스 회장은 쿠바에 대한 금융 제재가 자금 조달에 대한 상당한 장벽이 되지만 금수조치는 미국으로부터의 식량 구매를 허용하고 있다며 식량·의약품 고갈은 미국의 금수조치 산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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