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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습기살균제 성분 스프레이 손소독제, 제조 금지에도 여전히 팔린다

[단독] 가습기살균제 성분 스프레이 손소독제, 제조 금지에도 여전히 팔린다

기사승인 2021. 09. 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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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분무형 BKC 손소독제 제조 금지 조치만
제조 제품 판매 중단 조치 없어·국민 대상 위험성 알림도 미흡
전문가 “인체 호흡기·폐 질환 가능...기업 제조 책임도"
"중독센터 설치해 화학제품 감시해야"
210908 이미지 더프트앤도프트
한 인터넷 쇼핑몰에 판매되고 있는 벤잘코늄염화물(BKC) 함유 스프레이형 손소독제/출처 = 네이버쇼핑 웹페이지 갈무리
가습기살균제 독성물질로 판명된 ‘벤잘코늄염화물(BKC)’이 함유된 스프레이형 손소독제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인체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BKC 함유 손소독제의 스프레이 방식 제조를 금지했지만, 이미 유통 중인 제품에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해당 분무형 제품은 호흡기·폐·안구 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8일 온라인 쇼핑몰에는 복수의 BKC 함유 스프레이형 손소독제가 판매되고 있다. 지난 6일 기준으로 판매되는 제품은 △더프트앤도프트 소피소피 손소독제 △멜라크린워시액 손소독제 △주노 점프리24 핸드케어 △메디플러스 살균액 △사니타제로 스프레이 등이다. 다만 아시아투데이 취재가 시작한 직후 메디플러스 살균액은 판매를 중지했다.

지난달 9일 식약처는 의약외품 표준제조기준 개정 고시를 통해 스프레이 방식의 BKC 손소독제 제조를 금지했다. 분무형은 코와 눈에 흡입되기 쉬워 기관지 경련이나 비염·홍반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전문가 경고 등을 반영한 조치다. 지난해 10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표한 BKC 분무 동물실험 결과, 비강·후두·기관·폐·세기관지 등에서 문제가 나타났다.

문제는 식약처가 개정 고시 전 제조돼 판매중인 제품에는 판매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욱이 해당 제품의 위험성에 대해 국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은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해당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경기도에 사는 김모씨(38)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아이를 포함해 온 가족이 손소독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BKC가 들어간 분무형 손소독제인데 최근 또 구입했다”며 “이 제품이 호흡기와 눈·폐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BKC가 코나 눈으로 흡입되면 인체 호흡기·폐·안구 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보건환경학과 교수는 “외국 사례와 논문을 보면 BKC는 사람의 기관지 경련·비염·접촉성 알레르기·눈의 홍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스프레이형 제품은 호흡기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쓰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분무형 BKC 함유 제품의 위험성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통해 이미 경고됐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2019년 공개한 환경부의 ‘염화벤잘코늄 흡입독성시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BKC는 동물 대상 흡입독성 실험 결과, 비강과 폐에 영향을 미치는 자극성 물질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BKC 함유 스프레이형 손소독제 제품이 위험할 수 있기에 제조 금지 조치를 취했다. 다만 고시 전에 만든 제품의 판매 중단 조치 계획은 현재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식약처의 결정은 지난 3월 환경부가 유해성이 있는 이산화염소 기체로 소독하는 스틱형 제품에 대해 판매·유통 금지 조치를 취한 것과 비교해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에서 BKC의 유해성이 이미 확인됐음에도 이 원료를 넣어 스프레이형 손소독제를 만든 기업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왔다. 황숙영 환경정의 팀장은 “일부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 경영보다 이윤이 앞서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통해 기업들은 BKC의 위험성을 익히 인지했으면서도 이 성분이 들어간 스프레이형 손소독제를 만들었다”며 “기업은 기존 제도 안에서 해당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하더라도 선도적으로 안전한 제품을 만들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도 식약처의 뒤늦은 제조 금지 조치로 혼란을 겪은 점에 대해 토로했다. A기업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제조 금지한 관련 제품은 재고가 수만 개 남았지만 직영점에서 판매 중단했다. 다만 리셀러들이 판매 중”이라며 “문제가 된 제품은 작년에 식약처 제조 허가 기준에 맞춰 제조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이미 있었기에 식약처가 분무형을 만들지 말라고 미리 가이드라인을 줬다면 지금처럼 손해가 생기고 혼란스런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가습기살균체 참사 후에도 생활화학제품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 주도로 중독센터를 설치해 감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조준희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책임연구원은 “한국도 유럽처럼 중독센터를 만들어야 생활화학제품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고의 발생 추이와 경로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고 대응과 예방 역량도 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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