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경쟁 피하고 잘하는 분야 집중
미래 성장기반 구축해 수익성 확보
빠른 추진력 앞세워 고객신뢰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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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행장은 2019년 취임 이후 2년 연속 ‘리딩뱅크’ 지위를 국민은행에 내줬다. 사실 리딩뱅크 위상을 놓친 것은 진 행장에게 아쉬운 일이다. 진 행장은 그룹 내에서 차기 회장에 가장 가까운 인물로 점쳐지는데, 그의 임기 중에 ‘1등’을 놓쳤다는 것은 추후 회장 경쟁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 행장은 국민은행과의 실적경쟁에 은행 역량을 집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무리하게 실적 경쟁을 벌이는 것보다는 신한은행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 라임펀드 사태 등으로 망가진 WM부문을 재건하는 동시에 디지털 경쟁력을 높여 카카오와 네이버 등 빅테크와의 경쟁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주문이기도 하다. 조 회장은 디지털 경쟁력과 WM부문 및 고객 신뢰 회복, 또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빠른 실행 속도를 주문했다. 하지만 진 행장 입장에서는 조 회장의 주문이 국민은행과의 경쟁을 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소비자 보호와 WM부문 수익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미래 성장 기반을 갖출 수 있고,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과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7월 그룹의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인 ‘신한문화포럼’에서 ‘디지털 경쟁력’, ‘WM부문 복원 및 고객 신뢰회복’ 그리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빠른 추진력’ 등 3가지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 주문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이 자리에서 리딩뱅크 탈환을 요구하지 않았다. 단기적인 실적 경쟁에 빠지지 말고, 미래 성장기반과 고객 중심 영업을 구현하는데 집중해달라는 요구다.
사실 신한은행은 현재 1등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민은행과 꽤 격차가 벌어져 있는 상황이다. 2018년까지는 신한은행이 리딩뱅크 위상을 지키고 있었지만, 2019년부터는 경상실적에서 격차가 벌어져 2년 연속 1등 자리를 내줬다. 올해 상반기까지 신한은행이 1조3709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국민은행(1조4226억원)을 500억원대로 추격하고 있지만, 핵심 수익기반이 뒤처져 있는 상황에서 역전이 쉽지 않다.
이자이익 기반이 되는 총 여신규모(8월 말 기준)를 보면 신한은행은 262조원으로 국민은행보다 46조원가량 뒤처져 있고, 비이자이익 순익은 올해 상반기 기준 3798억원으로 국민은행(5981억원)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특히 신한은행의 비이자이익은 라임펀드 사태에 발목을 잡혀 1년 전과 비교해 18.4%나 줄었다.
이처럼 경상실적 기반이 국민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약화된 상황에서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 무리하게 단기 실적 경쟁을 벌여서는 오히려 은행 성장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핵심 이익 기반 등이 국민은행이 앞서 있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역전해야 한다는 무리한 시도는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용병 회장도 가장 시급한 과제로 디지털 경쟁력 강화와 WM부문 및 고객 신뢰 회복 등을 주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진옥동 행장은 올해 마지막 분기에 실적 경쟁은 지양하고, 미래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뱅크가 이미 금융시장에서 ‘메기’로 판을 흔들고 있는 상황인 만큼 빅테크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진 행장은 그룹의 인공지능(AI)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이에 행장 직속의 디지털 혁신단을 만들고, 외부 전문가를 적극 영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은행의 디지털과 플랫폼 역량을 높여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또 라임 사태로 WM부문 수익성이 크게 훼손된 데다 고객 신뢰도 많이 실추된 상황인 만큼 이를 복원하는 데 은행 역량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신한은행은 성과 중심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어왔는데, 이러한 영업 문화를 바꿔서 상생경영과 착한영업으로 바꿔나가겠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게 WM부문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결국 수익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용병 회장은 또 진 행장에게 빠른 실행속도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 문화에서 비합리적인 것을 제거하고, 은행의 성장기반을 갖추는 데 속도를 내야 리딩뱅크 탈환 시점도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국민은행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신한은행의 약점을 빠르게 메워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취임 3년 차인 진 행장에게는 올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이다. 차기 회장 경쟁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뚜렷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럼에도 진 행장은 단기 실적 경쟁보다는 탄탄한 영업기반을 갖춰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경영전략을 펼쳐 나가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