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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뇌·심혈관질환 위험 노출…주 60시간 노동 비교적 합리적”

“택배기사 뇌·심혈관질환 위험 노출…주 60시간 노동 비교적 합리적”

기사승인 2021. 09. 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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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일 평균 11.5시간 근무…신체 피로 우려
노동력 상실 우려 측면…휴업수당 등 필요
산업안전보건연구원
택배기사 작업별 일평균 근로시간./제공=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택배기사의 1주 최대 노동시간을 60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이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장시간노동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신체를 자주 사용하다보니 각종 업무상 질병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16일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의 ‘택배기사 적정 근로시간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택배업 종사자는 장시간 노동과 야간작업, 과도한 배송량, 고객 응대 등으로 다양한 건강장해의 위험이 높다는 판단에 적정한 근로시간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연구원에 따르면 해당 연구에 참여한 택배기사들의 실제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11.5시간으로 업무를 신체의 피로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시간(MAWT)인 8.0시간 보다 약 3.5시간 높았다. 이를 주 6일로 환산하면 1주 노동시간은 69시간에 달한다.

분류작업을 하지 않고 배송만 한다고 가정할 경우에도 배송 작업의 하루 노동시간은 7.8시간으로 MAWT인 7.4시간 보다 여전히 많다. 신체부하 정도를 의미하는 신체부하지수(실제 노동시간을 MAWT로 나눈 값)는 1.49로 매우 높았으나, 배송작업만 고려하면 1.11로 상당히 감소했다.

배송구역 특성별로는 아파트나 시골·도서지역을 배송하는 경우에 비해 주택·빌라·상가지역을 배송하는 경우 신체부하 정도가 다소 높았고, 요일별로는 화요일에 신체부하 정도가 강했다. 배송량이 증가할수록 실제노동시간과 배송시간, 신체부하지수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앞서 택배기사의 과로 방지를 위한 노·사·정 사회적 합의기구가 지난 1월 21일 합의한 내용은 ‘택배기사의 주 최대 작업시간 60시간, 일 최대 작업시간은 12시간’이다.

연구원은 사회적 요구 등에 따라 업무 강도를 고려해 최대 노동시간을 하루 8시간 또는 1주 48시간(1주 6일 근무 기준)으로 정한다면 MAWT가 8시간보다 적은 사람들을 육체적 과로에서 보호할 수는 있지만, 하루 8시간을 초과해 일을 해도 신체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들(MAWT가 8시간보다 긴 사람들)에겐 노동력 손실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보고서에 참여한 연구원은 “택배기사들의 1주 노동시간이 70시간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60시간으로 제한한 것은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다만 MAWT는 평균 8.0시간이었기 때문에 이를 초과하는 경우 60시간 미만이라 하더라도 신체의 부담이 될 수 있어 적절한 관리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다른 합의 내용인 ‘분류작업 제외’가 실제로 적용이 돼 택배기사들이 이 작업을 하지 않고 배송작업만 하게 된다면 1주 60시간에서 더욱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원은 적정 근무 시간을 조절하는 배경으로 건강 문제를 꼽았다. 택배기사들의 장시간노동이 뇌·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또 택배 물품을 트럭에 싣고 운반하기 때문에 어깨와 허리 등의 근골격계 질환을 비롯해 고객 응대로 인한 감정노동, 스트레스 등에 따른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차량 운전으로 인한 미세먼지와 디젤연소 물질 또는 일산화탄소 노출의 우려도 제기된다.

연구원은 “택배기사는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이기 때문에 공단에서 실시하는 일반건강검진을 2년마다 받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택배기사를 위한 건강진단을 설계하고, 건강진단 이후 사후관리로 연결되는 관리체계를 함께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규제로 업무시간을 제한하거나 한시적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택배기사에게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회사에 고용된 근로자와 달리 택배기사는 일을 하지 못하면 급여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를 대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원은 “질병으로 인해 업무를 하지 못하거나 업무시간을 제한하는 경우를 고려해 감소된 수익을 보존하기 위한 상병수당 또는 휴업수당 제도가 필요하다”며 “택배기사가 업무를 한시적으로 하지 못하더라도 생계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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