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검찰의 수사 상황을 법원행정처에 유출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55)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번 판결은 사법농단 사태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첫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유 전 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유 전 판사는 2014년 2월부터 3년간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면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 사건이던 ‘비선의료진’ 김영재 원장 부부의 특허소송 진행 상황 등을 재판연구관에게 정리하게 하고 이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유 전 판사는 2018년 2월 퇴직할 당시 상고심 소송 당사자들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보고서를 퇴임 후 개인적으로 가져 나가고, 대법원 재직 시절 취급했던 사건을 변호사 개업 후에 수임한 혐의도 있다.
1·2심 모두 연구관들을 시켜 특정 재판의 경과를 파악하는 문건을 작성하도록 했다는 혐의, 검토 보고서를 퇴임 후 가져나간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1·2심 재판부는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해서 임 전 차장에게 전달했다거나 임 전 차장이 청와대에 이를 제공하는 등 공모한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개인 소지품을 가지고 나오면서 검토보고서 등 출력물이 포함됐을 뿐 공소사실이 기재된 개인정보를 변호사 영업에 사용하려고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