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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한글 유감

[아투 유머펀치] 한글 유감

기사승인 2021. 10. 1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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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디럭스한 컬러의 하모니 속에서나 차밍한 프린트의 아이템들 앞에서도 종종 우리의 셀렉션은 가장 세이프한 두 컬러로 돌아갔다. 올봄 컬렉션에서 보여 준 두 컬러의 트렌드는 그 퍼펙트하고 베이직한 콤비네이션이 여전히 베스트라는 팩트를 확인시켜 준다. 우리나라의 내셔널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보여준 스트라이프나 체크 패턴도 프레쉬하다. 모던하면서 다이내믹한 기하학적 디자인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른바 패션 분야의 외래어 남용 사례이다. 이럴거면 차라리 영어를 그대로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우리 한글이 영어의 토씨로 전락하고 있는 서글픈 현실이다. 아무리 영어가 세계 공용어라 하지만 아름다운 우리말과 글을 두고 구태여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외국어와 외래어를 써야 더 품격 있고 고상하게 보이는가. 그러니 ‘영어 잘하는 전라도 인테리어(인텔리) 조폭’이라는 유머까지 등장하는 것이다.

홍콩에서 VIP 고객이 온다는 소식에 조폭 두목이 가장 유식하다는 부하 조직원을 불러 영어 면접을 했다. “니가 우리 식구 중 가장 인테리어냐. 그람 누룽지를 영어로 뭐라고 헌다냐” “아따~ 성님, 그건 바비 브라운이지라. 밥이 눌어서 갈색이 됭께” “그라믄 PR이란 것은 뭐시다냐” “그건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리자는 것이지라” 마지막 두 질문에 대한 응답은 더욱 인테리어 조폭다웠다.

‘구부린 손가락’을 ‘안 핑거’로, ‘한입 베어먹은 사과’를 ‘파인애플’이란 영어로 화답한 것이었다. 조직원들은 글로벌 조폭을 자축하며 건배를 했다. 국제화 사회에 상당수 외래어가 혼용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조류라고 치부하자. 억지로 서양식 상호를 붙여야 글로벌 기업이 되고, 혀가 꼬여서 읽지도 못할 외래어 간판을 달아야 아파트가 분양되고 상품이 팔리는 세태를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하긴 한글 사랑을 깨우치고 이끌어야 할 정부와 언론이 오히려 한글 파괴에 앞장서고 있는 세상이 아닌가. 그러니 오늘날 국적불명의 비빔밥이나 짬뽕의 신세가 되어버린 국어문화 속에서도 우리는 아무런 거부감도 없이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서와 얼이 흠뻑 배인 대하소설 ‘혼불’을 남긴 작가 최명희는 ‘언어는 정신의 지문’이라고 했다. 우리는 지난 9일 지문조차 사위어가는 575돌 한글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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