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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슬기로운 건설산업

[칼럼] 슬기로운 건설산업

기사승인 2021. 11. 03.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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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스마트건설-안전현장-탄소저감 등 과제 많아
건설업계, 현장 목소리 듣고 자기객관화로 슬기로워져야
손태홍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병원을 배경으로 의사 생활을 슬기롭게 그린 인기 드라마가 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등장인물 간의 촘촘한 대사와 밀도 있는 장면을 통해 표현된다. 필자는 드라마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제목이 흥미롭다. 사전에서는 슬기로움을 ‘사물의 이치나 주어진 상황 등을 바르게 판단하여 일을 처리하는 재능’으로 정의하고 있다. 지식(knowledge)이 아니라 지혜(wisdom)에 가깝다. 지식이 많다고 지혜로운 게 아니라는 혹자의 말에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똑똑하다는 말보다 지혜롭다는 말이 더 무겁게 들린다.

건설산업은 똑똑해지고 있다. 고비용 저효율 산업에서 벗어나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제고하고 분절 생산 구조를 통합하려는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건설사업 수행방식의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고 있으며, 인력에 의존하던 작업이 자동화되고 있다. 또한, 현장 중심(Site-Built)에서 사전 제작을 통한 오프사이트 건설(Off-Site Construction)로의 전환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설산업이 선택하고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다.

그런데, 건설산업은 똑똑해지는 것만큼 슬기로워지고 있는 걸까. 직면한 상황을 활용 가능한 지식과 지혜를 통해 올바르게 판단하여 일을 처리하고 있을까. 최근 건설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다. 업계에서 반대했던 중대재해처벌법은 이제 시행을 앞두고 있고,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기업에 대한 처벌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가 가득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부패한 토건 세력으로 지적당하며 여전히 낮은 산업 이미지를 다시금 확인하는 중이다.

더불어, 건설산업에 대한 다양한 요구도 쏟아지고 있다. 안전한 현장을 만드는 것은 당연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신기술 활용을 확대해 스마트 건설로 전환하라고 요구받고 있다. 또한,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건설산업에 요구되는 역할과 책임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무겁고 막중하다. 에너지 절약, 자원 재활용, 환경 오염 저감 기술 및 고효율 설비 활용은 물론이고 사업의 생산방식 혁신까지 필요하다. 해야 할 숙제가 정말 많은 건설산업이다. 그런데, 이 많은 숙제를 무사히(?) 해내려면 기업은 무작정 첨단 기술을 지금보다 더 많이 활용하고, 정부는 안전한 현장을 위해 처벌을 더욱 강화하면 되는 걸까. 아니다.

먼저, 기업은 냉철한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 즉, 하자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의 태생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여러 약점을 인정하고, 산업을 향해 던져지는 많은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이를 근간으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객관화를 마쳤다면 이제 산업이 가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기업 스스로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정부의 지원을 요구할 수도 있어야 한다.

한편, 정부는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 시선을 모으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캐빈 리먼은 ‘양치기의 리더십’에서 양 떼를 모는 3가지의 방법 중에 가장 훌륭한 방법은 맨 앞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것도 맨 뒤의 양을 감시하는 것도 아닌 양 떼의 무리 속에 어울려 냄새를 맡고 울음소리를 들어가면 몰고 가는 것이라고 했다. 개선이 필요하고 준비가 필요하다는 기업의 소리를 푸념이라고 생각하지만 말고 귀담아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

똑똑해지려는 노력만큼 슬기로운 건설산업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건설산업이 국가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과 크기를 고려하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우리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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