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달 15일 요소수 수출을 제한한 지 20일이 지났어도 묘책이 없는 상태다. 정부가 지난 2일 중국에 수입 재개 요청을 하기로 했고, 청와대가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열어 관련국과 외교적 협의를 강화한다고 했다. 7일 열린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도 희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급기야 기획재정부가 요소수의 매점매석 금지에 나설 태세다.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많다. 물류와 산업 현장은 난리인데 산업부는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중국 의존도가 98%인데도 국내 생산이나 수입선 다변화를 하지 않고 중국만 쳐다본 것은 정책 실수다. 당장 긴급수입이라도 해서 급한 불을 꺼야 하는데 다급함이 없어 보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요소수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다. 산업계에 따르면 중국 의존도가 80%를 넘는 품목이 1850개나 된다고 한다. 마그네슘주괴는 100%, 산화텅스텐은 94.7%나 된다. 희귀물질인 희토류의 일종으로 전기차 모터, 풍력발전 터빈에 사용되는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88%가 중국에서 들어온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기술이 중국에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다.
정부와 산업계는 요소수 사태를 계기로 희귀품목의 공급망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안보 차원에서 이런 물질의 국내 생산을 적극 검토하고, 수입할 경우는 수입선을 다변화해 안정된 공급망을 확보하는 게 절실한 과제다. 반도체 부족이 자동차 공장을 멈추게 하고, 요소수 부족이 물류와 건설을 마비시키는 것은 공급망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