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착한 기업이 살아남는다… ‘탄소중립·사회적가치’ 좇는 이유

착한 기업이 살아남는다… ‘탄소중립·사회적가치’ 좇는 이유

기사승인 2021. 11. 09.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
제조업 비중 높은 한국 산업계
'우려반 기대반' 저노한 작업 분주
투자업계, 사회적가치로 성장평가
basic_2021
착한 기업이 사랑받는다. 아니 이젠 그래야만 살아 남는다. 탄소중립과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기업들의 소위 ‘착한’ 경영은 가장 중요한 사회적 화두이자 기업 평가 척도가 된 지 오래다. 삼성이 해외사업장에서 100% 친환경 전력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현대차가 궁극의 친환경 연료인 ‘수소 생태계’ 조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배경이다. SK가 ‘사회적기업’을 표방하며 새 비즈니스모델 발굴에 열을 올리고 LG가 운영 원칙을 ‘인간존중의 경영’으로 삼아 소위 ‘LG Way’를 걷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시아투데이는 기업들이 왜 지금 탄소 줄이기에 나서야 하는지,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탄소, 어떻게 얼마나 줄여야 하나… 중장기 시나리오 보니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해 기존보다 더 높인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겠다”면서 “이는 기존 목표보다 14%가량 상향한 과감한 목표로, 짧은 기간 가파르게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매우 도전적 과제”라고 했다.

8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국무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된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화력발전 전면 중단 등 배출 자체를 최대한 줄이는 A안, LNG발전을 유지하는 대신 탄소포집 등 온실가스 제거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B안으로 구성됐다. 둘 중 어느 안으로 추진할지는 유동적이지만, 어느 쪽을 택해도 궁극의 목표는 A안과 B안 모두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은 ‘0’이다. 2030년까지는 2018년 대비 탄소배출 40% 감축을 목표로 내놨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6.1%로, 일본의 19.5%, EU의 14%, 미국 10.6%와 비교해도 훨씬 높다.

이를 위해 불과 8년여 후인 2030년까지 석탄발전 전력 비중을 2018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고 철강산업은 ‘전기로’ 방식으로 공정을 바꿔야 한다. 기존 원유를 정제해 생산하던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 납사는 ‘바이오’를 활용하는 식으로 원료를 전환해야 한다. 전기차·수소차와 같은 무공해차를 450만대 이상 보급해 차량의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7.8% 감축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내용이지만, 아직 기술적으로는 완전치 않은 영역이다.

목표치를 올리자마자 우루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글로벌 각계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고 찬사했다.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을 높이고 중요한 구성원임을 알릴 수 있는 성과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외교 영향력이 확대되고, 이는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 활동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반대로 국내 산업계에선 과도한 목표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에 대해 “정부는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감축하면서도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총은 또 “목표 달성을 위해 산업계를 포함한 이해당사자가 부담해야 할 총 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추산결과를 공개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혁신기술 연구·개발 및 상용화에 필요한 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왜 지금 ‘탄소 중립’ 인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몰아치고 있는 고강도 환경 규제는 따르지 못하면 패널티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퇴출될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완성차기업들은 강력한 유럽의 배출가스 규제를 맞추기 위해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무공해 차 개발과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 나아가 유럽 등 선진국에선 제품 전주기에 걸친 탄소 배출 평가를 준비 중이다. 시행된다면 단순히 전기나 수소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부품 하나하나를 측정해 얼마나 친환경적인지를 따지게 된다. 역시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패널티 또는 판매 중지까지 강력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 선진국들이 자국 보호를 위한 새로운 비관세장벽으로 활용할 여지가 크다는 게 산업계 평가다.

현대차가 E-GMP 적용 ‘찐’ 전기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의 일부 부품과 시트 등 실내 내장재를 유채꽃·옥수수 등 식물 추출 바이오 성분, 또는 재활용 소재로 구성한 이유 중 하나는 탄소 전주기 평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나이키·샤넬 등 패션업계까지 줄줄이 참여하고 있는 RE100도 마찬가지 이유다. 100% 친환경 전력으로 제품을 만들겠다는 일종의 선언으로, 이들은 RE100을 실천하는 기업들과만 거래하겠다는 으름장도 놨다. 앞으로 핵심부품인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배터리를 만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의 RE100 참여가 필수적인 이유다.

가혹한 규제로 기업환경은 위기에 처하는 듯 보이지만, 규제에 끌려다니지 않고 선도할 수 있다면 톱 티어로 올라 설 기회, 2위와의 초격차에 성공할 수 있는 새 무기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글로벌 톱티어로 인정받기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지만, 내연기관으로 벌어진 격차를 줄이는 데에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면서 “앞으로는 패스트 팔로어가 아닌 퍼스트 무버로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기업들은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나
착한 기업의 요건은 친환경 추구만이 아니다. 경제적 이익을 내면서 사회적 목적까지 달성하는 ‘사회적 기업’이 또 다른 키워드다. 기업이 사회와 함께 성장해야 한계를 깨 혁신할 수 있고, 지탄 받지 않아야만 사회적 리스크를 줄여 지속가능하다는 게 명제다.

대표적으로, 최태원 SK 회장은 민간 최대 사회적가치 축제인 ‘소셜밸류커넥트(SOVAC)’ 행사까지 열면서 그 중요성을 강조해 온 ‘사회적 기업 전도사’다. 최 회장은 2017년부터 사회적 기업 10만개를 육성해야 한다며 직접 선봉에 서겠다고 틈 날때마다 주창해 왔다. ‘사회적 기업을 키우는 사회적 기업’이 되겠다는 선언인다.

또 SK는 2019년부터 그룹사별 핵심평가지표(KPI)에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50% 반영하고, 매년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계열사들이 경쟁적으로 착한 일을 하려고 애쓰고 있는 셈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2007년 직접 사재를 털어 설립한 ‘현대차 정몽구 재단’도 미래인재양성과 소외계츠 지원, 문화예술 진흥과 관련해 매년 10만명 수준의 수혜자를 내고 있다. 2019년 기준 전체 수혜자는 74만명, 집행금은 약 1800억원에 이른다.

LG복지재단의 LG 의인상은 ‘의롭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작은 보탬’을 캐치프레이즈로, 사회를 위해 살신성인한 경찰·소방관·공직자 등을 선정해 포상하는 사업이다. 연중 수시로 사회의 귀감이 되는, 의로운 행동으로 사회적 반향과 공감을 일으킨 이들을 발굴해 널리 알리는 LG의 대표적 사회공헌 사업이다.

대기업들의 체계적인 사회공헌은 정부에도 벤치마킹 대상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4대그룹을 포함한 국내 주요기업들의 청년 채용관련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분석하고 점검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삼성의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등을 우수 프로그램으로 보고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투자업계에서도 고도화된 사회적 가치 측정으로 투자 기업의 장래성 평가에 나서고 있다.

KakaoTalk_20211108_173927812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