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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 드림’의 비극…영불해협 건너던 난민보트 침몰 31명 사망

‘브리티시 드림’의 비극…영불해협 건너던 난민보트 침몰 31명 사망

기사승인 2021. 11. 2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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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gration France Britain <YONHAP NO-1324> (AP)
24일(현지시간) 영불해협에서 난민 보트가 침몰해 최소 31명이 숨진 가운데 프랑스 칼레 항구 앞바다에서 난민 권리 옹호 단체들이 난민들이 인권보호를 요구하며 소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AP 연합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도항을 시도하던 난민들이 타고 있던 보트가 영불해협에서 침몰해 최소 31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영국 일간 더 가디언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난민들을 태우고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위치한 영불해협을 건너던 보트가 프랑스 칼레 항구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총 34명이 타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배가 전복됐으며 어린이 1명을 포함한 최소 31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2명은 무사히 구조됐지만 나머지 1명이 여전히 실종상태라 향후 사망자가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제이주기구(IOM)는 데이터 수집을 시작한 2014년 이래 “영불해협 최악의 사고”라고 말했다.

다르마냉 장관은 “피해자들의 국적은 아직 불분명하다”면서 프랑스와 영국이 실종자를 수색하기 위해 영불해협에서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난민들이 타고 있던 보트는 오후 2시쯤 프랑스 해상을 지나던 어선 한 척에게 발견돼 긴급구조작업이 시작됐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한 어부는 비어있는 보트와 주변 바다에 움직이지 않는 사람 15명이 떠있는 것을 발견하고 구조대를 불렀다고 전했다.

프랑스 당국은 벨기에 국경에서 이번 참사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인신매매범 4명을 체포해 수사 중이다.

이번 참사로 브렉시트(Brexit) 이후 영국과 프랑스 간 갈등을 촉발해왔던 영불해협 난민 문제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들어 ‘브리티시 드림’을 꿈꾸며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난민의 숫자가 크게 늘어 양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올해에만 2만5700명 이상이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으로 도항을 시도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영국은 국제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하고 이미 수많은 난민들이 정착해 있다는 점에서 많은 난민들에게 최종 정착지로 꼽히고 있다.

프랑스는 북부해안에 경찰과 군 인력 600명을 24시간 상주시키며 난민들의 도항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1일 하루에만 난민 1185명이 영국으로 건너가는 등 상황 통제에 애를 먹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영불해협이 묘지가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연합(EU)과 프랑스 북부 해안의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재정적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영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이번 사고를 “재앙”이라며 충격을 표했다. 존슨 총리는 “인신매매 조직들이 말 그대로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양국은 사고 후 난민들의 목숨을 건 밀입국과 범죄 조직들을 막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난민 권리 옹호 단체들은 영국 정부가 난민들이 영국으로 이주할 수 있는 합법적인 경로를 줄이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정부가 국경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는 대신 난민들이 영국으로 이주할 수 있는 안전한 길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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