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여론 살핀 뒤 슬쩍 거둬드리는 '충동적'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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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1일 연합뉴스TV 개국 10주년 특집 인터뷰에서 국토보유세 철회 가능성에 대해 “일단은 세라는 이름이 붙으니까 오해가 있다”며 “분명히 말하면 국민에게 부담되는 정책은 합의 없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국민 합의 없이 진행하면 정권을 내놔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 후보가 앞서 지난 달 15일 페이스북에 “토지 보유 상위 10%에 못 들면서 손해 볼까봐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를 반대하는 것은 악성 언론과 부패 정치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고 비판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외에도 이 후보는 전국민재난지원금 연내 추진 입장 철회, 차별금지법 입장 후퇴 논란 등에 휩싸이며 곤혹을 치렀다.
이 후보는 지난 6월 차별금지법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지만 지난달 8일 한국교회총연합을 방문해서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교계(敎界) 주장을 잘 알고 있다. 이 일은 긴급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지난달 29일 광주 조선대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는 다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고, 입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장소에 따라 발언이 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후보는 지난 달 18일 전국민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야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도 예산 구조상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지난 10월 29일 “30만~50만원 규모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겠다”며 ‘6차 재난지원금’ 추가지급 구상을 밝혔지만 정부가 꿈쩍하지 않자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이고, 결코 대의나 국민의 뜻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믿어왔던 일들이 많다”며 “그러나 내 확신이 100% 옳은 일도 아니고, 옳은 일이라 해도 주인이 원치 않는 일을 강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설득해서 공감되면 그때 한다는 생각을 최근 정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좀 더 배워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유연성’ 돋보인다지만… ‘무소신’ 논란도
당 안팎에서는 이 후보의 ‘유연하고 실용적인’ 면모가 오히려 이미지 쇄신에 득이 될 것이란 평가를 내놓는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생긴 ‘독주나 오만’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벗겨낼 수 있단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반대 목소리를 듣지 않고 밀어붙이는 게 더 위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이 더 클 것이란 시각도 있다. ‘유턴’ 행보를 보일 때마다 이 후보의 정책 선명성이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약에 대한 일관성이 부족하고 ‘경솔한 후보’란 이미지가 생길 수 있는 점도 과제다.
한국정치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날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처럼 대표공약을 빠르게 바꾸는 것은 유연한 게 아니라 상당한 리스크를 안게 되는 것”이라며 “공약은 일관성과 헌법 정신과의 부합 여부가 중요한데, 정책 효과를 생각하지 않고 낚시하듯 정책을 내놓다 안 되면 거두는 것은 ‘충동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선에서 승리한 뒤) 인수위원회 과정에서 정책을 바꿀 순 있으나 대선과정에서 이렇게까지 공약을 자주 바꾼 후보는 이 후보가 처음”이라며 “표만 생각하지 않고 듬직하게 내 삶을 바꿔줄 후보란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