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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잇단 공약 전환... ‘실용’이냐 ‘경솔’이냐

이재명의 잇단 공약 전환... ‘실용’이냐 ‘경솔’이냐

기사승인 2021. 12. 0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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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실용적 면모" 치켜세워
전문가 "여론 살핀 뒤 슬쩍 거둬드리는 '충동적' 행보"
재명lee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영입인재 MZ세대 4인이 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이재명 캠프 인재영입발표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이병화 기자
대표 공약을 거침없이 밀어붙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변하고 있다. 전국민재난지원금 연내 추진 입장을 철회하거나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구상한 국토보유세 신설 포기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여당 관계자들은 이를 ‘실용주의적 면모’로 치켜세우지만 일각에선 대선 후보로서 일관성이 없는 태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후보는 1일 연합뉴스TV 개국 10주년 특집 인터뷰에서 국토보유세 철회 가능성에 대해 “일단은 세라는 이름이 붙으니까 오해가 있다”며 “분명히 말하면 국민에게 부담되는 정책은 합의 없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국민 합의 없이 진행하면 정권을 내놔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 후보가 앞서 지난 달 15일 페이스북에 “토지 보유 상위 10%에 못 들면서 손해 볼까봐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를 반대하는 것은 악성 언론과 부패 정치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고 비판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외에도 이 후보는 전국민재난지원금 연내 추진 입장 철회, 차별금지법 입장 후퇴 논란 등에 휩싸이며 곤혹을 치렀다.

이 후보는 지난 6월 차별금지법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지만 지난달 8일 한국교회총연합을 방문해서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교계(敎界) 주장을 잘 알고 있다. 이 일은 긴급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지난달 29일 광주 조선대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는 다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고, 입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장소에 따라 발언이 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후보는 지난 달 18일 전국민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야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도 예산 구조상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지난 10월 29일 “30만~50만원 규모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겠다”며 ‘6차 재난지원금’ 추가지급 구상을 밝혔지만 정부가 꿈쩍하지 않자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이고, 결코 대의나 국민의 뜻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믿어왔던 일들이 많다”며 “그러나 내 확신이 100% 옳은 일도 아니고, 옳은 일이라 해도 주인이 원치 않는 일을 강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설득해서 공감되면 그때 한다는 생각을 최근 정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좀 더 배워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유연성’ 돋보인다지만… ‘무소신’ 논란도

당 안팎에서는 이 후보의 ‘유연하고 실용적인’ 면모가 오히려 이미지 쇄신에 득이 될 것이란 평가를 내놓는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생긴 ‘독주나 오만’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벗겨낼 수 있단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반대 목소리를 듣지 않고 밀어붙이는 게 더 위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이 더 클 것이란 시각도 있다. ‘유턴’ 행보를 보일 때마다 이 후보의 정책 선명성이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약에 대한 일관성이 부족하고 ‘경솔한 후보’란 이미지가 생길 수 있는 점도 과제다.

한국정치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날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처럼 대표공약을 빠르게 바꾸는 것은 유연한 게 아니라 상당한 리스크를 안게 되는 것”이라며 “공약은 일관성과 헌법 정신과의 부합 여부가 중요한데, 정책 효과를 생각하지 않고 낚시하듯 정책을 내놓다 안 되면 거두는 것은 ‘충동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선에서 승리한 뒤) 인수위원회 과정에서 정책을 바꿀 순 있으나 대선과정에서 이렇게까지 공약을 자주 바꾼 후보는 이 후보가 처음”이라며 “표만 생각하지 않고 듬직하게 내 삶을 바꿔줄 후보란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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