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선 현행법상 절차 문제없지만 '영장주의' 반한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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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8월과 10월 이른바 ‘이성윤 서울고검장 황제조사 의혹’을 취재·보도한 TV조선 기자와 전·현직 법조팀장, 사회부장 등의 통신자료를 10여 차례 조회했다. 아울러 ‘조국 흑서’ 저자이자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을 제기한 김경율 회계사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사무차장을 지낸 김준우 변호사 등의 통신자료도 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시민단체 사찰이라는 논란이 확산하자 공수처는 피의자의 통화내역을 조회하는 과정에서 통화 대상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였을 뿐, 특정인에 대한 조사는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공수처가 어떤 이유에서 이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는지, 기준이 무엇인지 등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아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우선 현행법상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는 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통신내역 조회는 법원의 영장이 필요하지만, 통신자료 조회는 이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신사가 수사기관의 공문 요청에 따라 자료 제공을 하는 만큼 통신자료 조회는 강제성을 내포하고 있어, 원칙적으로 영장주의에 반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만일 통신내역 조회를 확보하기 위한 영장 청구가 어려워 불특정 다수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 요청을 할 경우, 당사자에게 사후통지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등록번호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가 조회되는 만큼 조회 사실 통지가 의무화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해당 논란을 야기한 공수처뿐만 아니라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검찰과 공수처는 거름망 역할을 할 최소한의 결재라인도 거치지 않고 필요 시 검사가 단독으로 통신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경찰은 최소 총경급의 결재를 거치긴 하지만, 결국 수사기관이 특정 의도를 갖고 무분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할 경우 통제할 방법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아울러 수사기관의 통신사실확인자료 조회에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발신기지국의 위치추적 자료와 인터넷 로그 기록자료 등 통신사실확인자료 조회는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는데,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조회 사실 통지가 유예될 수 있어 당사자는 최대 1년이 지난 이후나 사건 관계인을 재판 넘긴 뒤 한 달이 지나서야 자신의 휴대전화가 ‘털린’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등에 대한 통제 기능이 약한 데 반해 권한은 과도하게 크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의 A변호사는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가 적법하게 진행된 것은 맞고, 수사 중 보안이 중요한 것도 맞다”면서도 “하지만 이처럼 재량권 일탈 내지는 수사권 남용 같은 중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경우 적극 해명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