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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정기선 시대… 현대重그룹, 투자시계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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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승인 : 2021. 12. 16. 12:04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등 신사업 투자 확대
오너체제 복귀 앞두고 경영 성과 쌓아야
"당분간 투자 기조 이어질 전망"
정기선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제공=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그룹 ‘3세 경영’ 시대의 막이 오른 가운데 잇따라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미래 경쟁력 확보와 함께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 체제를 굳건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경영승계가 임박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의 투자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들어 굵직굵직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우선 2월에는 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함께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4.97%를 8500억원에 인수하며 건설기계 부문 강화에 나섰다.

3월에는 한국투자공사(KIC)와 ‘해외 선진기술 업체 공동투자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최대 1조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 △로봇디지털헬스케어 △선박자율운항 △수소연료전지 등의 분야에서 선도적 기술력 갖춘 기업인수와 공동 지분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8월에는 아산재단과 함께 모바일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 메디플러스솔루션을 인수했으며, 9월에는 현대중공업을 자본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시킴과 동시에 최대 1조원을 친환경 미래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했다.

이달에는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현대중공업지주 신성장 투자조합 1호’를 결성해 340억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겠다고도 밝혔다. 디지털 헬스케어, 바이오 분야의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해서다. 지난 14일에는 현대건설기계가 주요 생산거점인 울산공장에 4년간 약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고 공시했다. 현대건설기계가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분할돼 신설법인으로 출범한 이후 최대 규모의 투자로, 생산능력을 기존의 50% 확대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공격적 투자 행보에는 정기선 사장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10월 현대중공업지주에 정 사장을 선임하며 본격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한 현대중공업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벗어나 30여년 만에 오너 경영체제로 돌아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 사장의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단기간 승부를 내야 하는 전문경영인과 달리 오너 체제에서는 조 단위의 큰 자금 투자를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 이에 정기선 사장이 한발 앞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그간 정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 경영지원 실장과 미래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회사의 미래 전략을 총괄해왔다. 친환경 선박 개조·보수 등 애프터서비스(A/S) 사업을 하는 현대글로벌서비스 설립과 그룹의 ‘수소 드림 2030’도 정 사장의 주도하에 추진된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의 투자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의 투자 성과가 정 사장의 경영 능력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다. 아울러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과거 주력사업이 아닌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투자를 위한 실탄은 넉넉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현대중공업그룹의 유동자산은 대략 30조원에 육박한다. 유동자산은 기업이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의 합계치를 말한다.

회사별로 보면 정유와 건설기계 부문 회사를 아우르는 현대중공업지주의 유동자산은 13조6688억원, 조선 부문을 총괄하는 한국조선해양의 유동자산은 14조4917억원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현대중공업지주는 8조491억원에서 69.9%, 한국조선해양은 13조14억원에서 11.5% 늘어난 수준이다.

아울러 현대오일뱅크와 현대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들 또한 1조5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시장에서 조달해 투자 재원을 확보했다. 조만간 현대오일뱅크는 물론 현대삼호중공업 등도 줄줄이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전망돼 추가적인 자금 확보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사업 재편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아직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남아있는데다 수소 등 신사업의 경우 단기적으로 직접적인 매출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정기선 사장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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