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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누구를 위한 결정인가

[기자의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누구를 위한 결정인가

기사승인 2021. 12.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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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전력이 운영하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부지에는 1000개 이상의 거대한 탱크가 즐비해 있다. 탱크에 들어있는 내용물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 처리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도쿄전력이 주장하는 ‘처리수’다.

21일 도쿄전력은 기존 계획보다 3개월 뒤늦게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오염수의 해양 방류 실시계획의 심사를 신청했다. 원자력규제위가 해양방출에 쓰이는 해저터널 등의 설비 공사를 위한 심사를 승인하면 도쿄전력은 2023년 봄 방류를 위한 저장소와 해저터널 공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된다.

일본 정부가 지난 4월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겠다는 결정을 발표한 후 우리 정부를 비롯한 중국 등 인접국들은 큰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도 우리 정부는 지속적인 방류 철회 요구에도 일본이 일방적으로 절차를 진행하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고, 중국도 중·일 외교 당국의 국장급이 참여한 온라인 해양 실무 회의에서 오염수의 해양 방류 문제를 거론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오염수를 정화 처리하고 삼중수소라는 방사성 물질도 기준치 이하로 낮춰 방출할 계획이라며 인접국의 우려를 ‘일종의 방사능에 대한 막연한 공포’쯤으로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오염수 방출로 인한 피해의 최전선에 있는 자국민에게 조차 충분한 설명과 정보를 제공했는지 의문이다. 후쿠시마중앙테레비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을 모르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절반에 가까운 43.3%에 달했다.

또 해당 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38.2%로, 찬성(33.9%)과 반대(27.9%)를 제치고 가장 많았다. 오염수가 방출된 해상에서 어업행위로 생계를 꾸리고 그 해산물을 소비하는 일반 국민들의 충분한 이해부터 얻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또 오염수는 원전이 폐로될 때까지 약 30년간 계속 방류될 전망인데, 그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처리 작업과 시설 유지보수 작업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난 9월 다핵종제거설비의 배기 필터가 파손됐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당시 2년 전에도 비슷한 파손이 발생했으며 그 사실을 공표하지 않았다는 점이 밝혀져 정보의 투명성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본 정부와 관계 당국은 인접국들의 우려와 항의를 정치적 의도가 담긴 막연한 불만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자국의 미래, 나아가 세계의 미래를 살아갈 세대들을 위해 책임감 있는 대응을 취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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