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현대차·삼성 협력 무산
수급난 상황에 아쉬움 더 커져
"모비스 등에서 반도체 설계하고
삼성이 파운드리 생산 등 협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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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시장조사전문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450억달러(약 54조원)에서 매년 9% 이상 성장해 2026년 약 7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자율주행 레벨이 올라가면서 센서와 카메라로부터 수집되는 데이터가 급증하고 연산속도가 빨라져 반도체 수요는 필연적으로 급증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시장을 내다보고 우리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사업이 있다. 2009년 지식경제부가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를 한자리에 불러 단행한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다. 그렇게 탄생한 첫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개발사업 성과는 미미했다. 함께 만든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은 품질과 안전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현대차는 신차에 적용도 하지 않았다. 이후 계속된 양사 협력에도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2012년 그랜저 HG에 반영키로 했던 삼성 반도체칩을 실제 탑재하지 못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업계에선 고공성장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놓고 국내 대표 대기업이 각자 진출방안을 잡은 것 아니냐,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미래차 사업 잠재적 경쟁상대와 손 잡기를 꺼려하고 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후 2020년부터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 생활환경이 전세계적 반도체 수급난을 야기하면서 10여년전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 무산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차량용 반도체’에서 현대차와 삼성간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그때 양사가 제대로 손 잡았다면 크게 윈윈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0여년 전 현대차와 삼성간 차량용 반도체 협력이 실현되고 가속화 됐다면 지금과 같은 일(차량 생산 차질)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물론 갑작스런 팬데믹을 예측하기 어려웠겠지만 만약 국내에서 합작 반도체가 생산 되고 있었다면, 수급난 완전 해결은 아니더라도 큰 타격은 피할 수 있었고 더 빨리 안정화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위원은 “그동안 과도한 경쟁 구도와 갑을 관계 정립 때문에 국내 1, 2위 기업이 협력에 부담을 느낀 게 사실”이라고 양사 협력이 무산 된 배경에 대해 진단했다.
현재 국내 차량용 MCU 반도체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것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려운데다 마진율도 낮아서다. 업계에선 공장을 짓는데 당장 1~2년은 걸리기 때문에 내년까지 반도체 공급난이 계속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완성차업계를 중심으로 반도체 숫자를 줄이기 위한 아키텍쳐 차원의 재설계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소수의 고성능 반도체 중심으로 통합하고 집중화 하는 일이다. 테슬라와 폭스바겐 등은 이미 자체적으로 커스텀칩을 범용칩으로 대체해 공급 유연성을 확보했고, GM도 사용중인 반도체를 3개 제품군으로 통합해 다양성을 95% 이상 줄이기로 했다.
현대차와 삼성의 협력 방향도 여기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현대모비스 등에서 차량용 반도체 팹리스 설계를 하고 삼성전자에서 파운드리로 생산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긍정적”이라며 “현대차가 차량용 반도체 해외 공급망을 늘리는건 당연하고, 핵심 반도체는 전략 물자화해 정부에서 인센티브를 주고 국내에서 생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또 “삼성 노하우는 세계적 수준이고 현대차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기 때문에 역할 분담을 통해 차세대 반도체에 시너지를 낸다면 베스트”라며 “현대차가 해외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형태라면 정부 지원이 어렵겠지만, 국내 기업끼리 협력한다면 정부의 적극 지원도 가능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