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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에 담았다, 신격호의 ‘관광보국’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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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철 기자

승인 : 2022. 01. 19. 07:30

신격호 2주기, 일대기 재조명
회수율 낮은 관광사업 대규모 투자
수익성 없는 초고층 프로젝트 주도
롯데월드타워 30년 만에 결실 맺어
19일, 한·일 양국에 걸쳐 식품·유통·화학·관광 분야 대기업을 일궈낸 상전(象殿) 신격호 롯데 창업주의 별세 2주기를 맞으면서 신 창업주의 생애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는 1941년 일본으로 넘어가 현지에서 사업을 일으키던 시절, 비록 몸은 멀리 두었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조국을 생각하며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발벗고 나섰던 인물로 확인된다. 특히, 관광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우리나라에 관광보국(觀光報國) 신념을 투영시켰다. 그 결과물 중 하나로 국내 최대 규모의 롯데월드타워가 우뚝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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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 창업주(오른쪽)가 1962년 4월 20일 김포공항에서 도일 후 20년 만에 한국 땅을 밟고 있다./제공=롯데
18일 업계에 따르면 신 창업주는 투자비 회수율이 낮으며, 막대한 자본이 투입돼야 하는 관광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추진했다. 롯데그룹은 1970년 반도호텔을 인수해서 운영해달라는 정부 요청을 받았다. 이에 신 창업주는 반도호텔을 허물고 아예 새로운 호텔을 짓기로 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백화점, 오피스가 있는 복합단지로 개발을 추진했으며 1979년 당시 국내 최고 높이인 38층 규모 ‘롯데호텔을 개관했다.

기획 당시 호텔 전문가, 컨설턴트들은 한국 경제 상황을 감안해 “최대 250~300실 이상 만들 수 없다”고 말하고, “쇼핑시설도 최대 1만㎡ 이상을 만들지 말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신 창업주는 “일본 초고층 호텔보다 더 높게 50층으로 만들고, 1000실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당시 상상할 수 없는 과감한 발상이었지만 향후 조국 발전을 예견한 결정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청와대 경호 문제 등 외압을 이유로 처음 설계보다 낮은 38층으로 완공됐다. 호텔 건설에는 총 1억4500만달러가 투자됐으며 이는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용과 비슷한 규모였다.

1989년 오픈 당시 세계 최대 실내 테마파크였던 ‘롯데월드 어드벤처’ 탄생도 신 창업주가 조국에 남긴 선물 중 하나다. 젊은 시절 타지에서 고학하며 맨손으로 사업을 일군 신 창업주는 평소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을 꿈꿨던 것으로 보인다. 신 창업주가 1980년 후반 잠실에 실내 테마파크를 제안했을 때 대부분 임원들이 불가함을 주장했다. ‘수익이 나지 않거나, 적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그는 가족들이 즐길 공간을 찾기 위해 세계 곳곳을 다니며 고민했고, 마침내 겨울의 도시 캐나다 앨버타주 ‘웨스트 에드먼턴 몰’에서 영감을 얻었다. 실내 동화 도시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이렇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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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8월 23일 롯데월드타워 건설을 위한 설계회사 프리젠테이션에 참석한 신격호 롯데 창업주(오른쪽에서 두 번째)./제공=롯데
‘롯데월드타워’도 오로지 국가경제와 시민들을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부지 매입부터 완공까지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신 창업주의 비전은 수 차례에 걸친 사업 계획 반려로 좌절될 뻔했고, 그 사이 국가 정책에 따른 부지 매각 위기도 찾아왔다. 공사를 시작하지 못해 덩그러니 남아있던 부지에는 누군가 버린 복숭아 씨앗이 큰 나무로 자라나기도 했다. 롯데월드타워는 8만6000㎡ 부지에 약 4조2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1987년 사업지 선정 후 2010년 11월 착공해 연 인원 500만명 이상이 투입돼 준공까지 만 6년3개월, 2280일이 걸렸다. 결국 롯데월드타워는 2017년 4월 3일 123층, 555m 높이로 랜드마크 역할을 시작했다.

롯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수익성이 없는 초고층 프로젝트가 공적 차원이 아니라 민간기업 주도로 진행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롯데월드타워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권오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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