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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전쟁에 대한 성찰: 좋은 전쟁은 없다

[이효성 칼럼] 전쟁에 대한 성찰: 좋은 전쟁은 없다

기사승인 2022. 03. 0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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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토와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러시아가 군사력이 매우 빈약한 우크라이나를 그 정부가 나토에 가입하려 한다는 이유로 침공하여 전쟁을 일으켰다. 그리고 전쟁을 일으킨 지 일주일 만에 벌써 민간인 사망자만 2000 명 이상, 난민 100만 명 이상이 발생했다. 이 명분 없는 전쟁으로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은 서방세계의 유례없는 경제적 제재를 받고, 국내에서도 전쟁 반대에 부딪히고, 우크라이나인들에게는 큰 증오와 원한을 자아내고 있다.

이 전쟁은 21세기에도 국가 지도자의 야망이나 놀이로 또는 독재를 유지하고 부패를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엄청난 파괴와 수많은 인명의 살상이 일어나는 전쟁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전쟁으로 우리는 전쟁 그 자체에 대해 그리고 그 예방책에 대해 심각하게 다시 성찰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미국의 소설가 H. G. 웰즈의 지적처럼, “우리가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전쟁이 우리를 끝낼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어떤 전쟁도 그것이 가져오는 살육과 파괴와 고통을 생각한다면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 그래서 미국 문필가 벤자민 프랭클린은 “좋은 전쟁이나 나쁜 평화는 결코 없다”고 역설적으로 말했다. 적에게 침략을 당한 경우에 방어를 위해서 또는 주권과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 불가피한 전쟁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그 전쟁이 선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미국의 소설가 헤밍웨이의 지적처럼, “전쟁은, 아무리 필요할지라도 또는 아무리 정당화될지라도, 결코 죄악이 아니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침략자들은 흔히 국가 안보, 해방, 고토 회복, 성전(聖戰) 등의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킨다. 그 명분이 침략자들에게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간디의 지적처럼, 그 전쟁으로 죽은 이들이나 고아들이나 집을 잃은 이들에게는 그 광란의 파괴가 어떤 이름하에 행해지든 차이가 없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전쟁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전쟁을 이기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더 중요한 것은 평화를 조직하는 것”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통찰이나 “가장 불리한 평화도 정당한 전쟁보다는 낫다”는 에라스무스의 성찰을 명심해야 한다.

전쟁은 본질적으로 잔학한 것으로 죄 없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많은 이들을 고통에 빠뜨린다. 따라서 전쟁을 일으킨 자나 나라는 많은 이들의 증오와 원한과 복수심이라는 매우 강렬한 감정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전쟁은 증오와 보복의 악순환을 결과할 뿐이다. “전쟁의 승자는 그 자신이 궁극적으로 패자가 되는 증오를 낳는다”는 스위스 배우 미셀 사이몬의 지적을 음미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전쟁은 결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하책일 뿐이다.

전쟁을 결정하는 이들과 그 전쟁을 수행하고 그 전쟁으로 목숨을 잃는 이들은 다르다. 흔히 전쟁을 결정하는 이들은 나이 먹고 부유하며 전쟁에는 참여하지도 않는 이들이다. 그 결정으로 전쟁터에 나가 죽고 다치는 이들은 젊은이들이고 전쟁의 파괴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은 가난한 일반 민중들이다. 그러니 결코 싸움터에 나갈 일이 없는 자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과 고통으로 몰아넣을 중차대한 문제를 아늑한 방에서 함부로 그리고 손쉽게 결정해버리는 구조와 그렇게 결정된 전쟁에 저항해야 한다.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갖추어야 한다. 약소국이라도 침략자에게 상당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역설적이게도, “전쟁에 만반의 대비를 하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책”이라는 미국 독립전쟁의 사령관이었으며 초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워싱턴의 지적은 타당하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우리는 특히 더 튼튼한 자주 국방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와 함께 그럴 만한 힘을 갖추면 어떤 지정학도 문제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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