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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러 원유 금수 결정…‘제3차 오일쇼크’ 덮치나

美, 대러 원유 금수 결정…‘제3차 오일쇼크’ 덮치나

기사승인 2022. 03. 0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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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초강경 조치에 국제유가 폭등
푸틴, 천연가스 수출중단 맞대응 착수
국제유가-원달러환율 급등에 한국경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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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기름값도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9일 서울 한 주유소에 게시된 유가. /제공 = 연합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면서 국제유가 폭등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미국의 초강력 제재에 맞서 천연가스 등 일부 원자재 수출 중단에 나설 경우 ‘제3차 오일쇼크’ 위기가 세계 경제를 덮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럴 경우 원유 등 에너지와 곡물 등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우리나라 경제에 메가톤급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서방의 고강도 제재로 러시아 채무불이행(디폴트)이 현실화하면 우리 개별 기업이나 금융시장 타격도 만만찮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악의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서고, 러시아 경제위기가 신흥국 외환위기로 전이된다면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 발생 가능성도 우려된다.

9일 한국광해광업공단(KOMIR)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광물종합지수(MinDex)는 일주일 만에 13.3% 급등한 3747.74포인트를 나타냈다. 광물종합지수는 3년 간 평균수입 규모 상위 15개 광종을 산업적 중요도와 수입금액에 따라 가중치를 둬 수치화한 지수로, 2016년1월을 1000포인트로 기준점을 잡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지난달 24일 이후 국제유가가 폭등장세를 연출하자 원자재 가격도 전방위적으로 동반 오름세다. 그동안 서방의 대(對) 러시아 금융 제재가 단계적으로 이뤄지면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에 대한 우려 심리로 시장이 출렁였다면, 미국이 이날 최종적으로 원유 금수 조치를 단행했기 때문에 이같은 변동장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 오전 11시25분(현지시간 기준, 한국시간 9일 오전 1시25분)께 백악관 연설을 통해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석탄의 미국 수입을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정부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2022년 말까지 단계적 중단을, 유럽연합(EU)은 1년 내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3분의 2로 감축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수출 금지로 응수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원유 수출국이다. 글로벌 에너지 수급 대란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폭등해 장중엔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기도 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날 123.7달러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바이유 가격도 122.5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선 북해 브렌트유가 127.98달러에 장을 마쳤다. 국제유가는 모두 연초엔 배럴당 70달러대 후반을 기록하더니 이달 들어 100달러를 돌파한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 폭등세에 원자재 가격도 연쇄적으로 요동치고 있다. 원자재 중에선 러시아가 석탄 생산 세계 6위국인 탓에 유연탄도 2월 넷째주보다 50.7% 뛴 톤당 359.8달러를 나타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도 러시아를 제외키로 하는 등의 경제 제재 단행으로 비철금속의 상승 압력이 발생하면서 니켈·구리·아연 등도 일주일 만에 7.9%, 6.7%, 2.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효과는 해외에서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국내 기름값에 곧장 반영되는 데다가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 이미 우리나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ℓ당 1887.62원을 기록했다. 2014년 3월 이후 8년 만에 최고가다.

5개월째 3%대를 기록중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조만간 4%대로 뛰어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해진 배경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7%를 기록했는데, 4%대로 뛰게 된다면 2011년 12월 4.2% 이후 처음이다. 당장 국민들의 체감 경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져 경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강해져 원·달러 환율은 이미 1230원까지 돌파한 상태다. 또다른 안전자산인 금 값도 온스당 2043.3달러로, 1년7개월 만에 2000달러를 재돌파했다. 유가·원자재값 동반 상승과 원화 약세는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아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및 국제유가 급등세 지속은 국내 경기의 하방리스크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라며 “과거 2008년 국제유가가 급등했을 때 한국의 수입물가지수는 전년대비 50%까지 급등하고 국내 경기를 견인하는 수출 둔화 흐름이 이어져 당시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했는데, 현재와 비슷한 국면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2008년 당시 WTI가 90달러 수준에서 145달러대까지 폭등했을 때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10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한 바 있다.

한편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악재로 꼽힌다. 최근 무디스와 피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잇따라 러시아 신용등급을 강등시켜 부도 위기라고 진단했다. 러시아가 디폴트에 빠지면 이들로부터 받을 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국가나 금융사는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국내 시중은행 6개사의 러시아 익스포저(잠재 위험에 노출된 대출·투자액) 보유액은 6053억원이다. 각 은행 전체 익스포저의 0.1%, 외화 익스포저의 0.4% 수준이라 우리나라한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신흥국 전체에 대한 투자심리 약세로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현상, 경제성장률 하락세 등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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