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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우크라 출신 노벨 문학상 수상자 “푸틴, 원시·시대착오”

벨라루스-우크라 출신 노벨 문학상 수상자 “푸틴, 원시·시대착오”

기사승인 2022. 03. 2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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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수상 벨라루스·우크라 뿌리 알렉시예비치
"침묵 러 지식인에 슬픔·분노, 소련시대 유물"
"목소리 내지 않으면 슬픔 태어나"
"군사력으로 위대한 러시아 부활 푸틴, 원시·시대착오...미래 못나가"
체르노빌의 목소리
2015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벨라루스 국적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여·73)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장 원시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방법으로 구소련을 부활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사진은 알렉시예비치의 대표작 ‘체르노빌의 목소리’ 표지./사진=교보문고 홈페이지 캡처
2015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벨라루스 국적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여·73)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장 원시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방법으로 구소련을 부활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알렉시예비치는 대부분의 러시아 지식인이 푸틴의 침략 전쟁에 침묵하고 있다며 이들은 타락한 지식인으로 소련 시대의 유물이라고 지적했다. 알렉시예비치는 특히 전 세계가 푸틴에 대항해 단결하지 않으면 모두 멸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NHK방송은 18일 이 같은 내용의 알렉시예비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알렉시예비치는 벨라루스 출신 부친과 우크라이나 모친 사이에서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는 구소련 시절인 1986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피해자를 취재한 작품 ‘체르노빌의 목소리’로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쳤고, 2015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부역자 역할을 하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정치적 탄압을 받아 2000년대 초반부터 유럽을 떠돌며 망명 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독일에 정착했다.

◇ 2015년 노벨 문학상 수상 벨라루스·우크라 뿌리 알렉시예비치 “푸틴 동료 루카셴코 때문에 벨라루스인이라는 게 부끄러워”

알렉시예비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 “감당할 수 없는 국수주의가 파시즘으로 천천히 타락해가는 것이 러시아에서 온다고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푸틴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네오나치의 조종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푸틴이 파시스트라는 지적이다.

알렉시예비치는 루카셴코 정권 때문에 벨라루스인들이 침략자의 동료라는 게 힘들다며 자신이 벨라루스인이라고 말하는 게 부끄럽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벨라루스인들이 푸틴과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 “침묵하는 러 지식인에 깊은 슬픔·분노...타락한 지식인, 소련 시대 유물...목소리 높이지 않으면 슬픔 태어나”

그는 또한 대부분 러시아 지식인들이 침묵하고 있는 것에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알렉시예비치는 “나는 ‘왜 침묵하는가’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무서운 것은 잘못 만든 집과 도로뿐 아니라 타락한 지식인이라는 소련 시대가 남아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도 당신을 경청하지 않는 어두운 시대에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그만두고 싶어진다”면서도 “그러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슬픔이 태어난다”며 “그래서 목소리를 계속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렉시예비치는 지난 1일 노벨상 수상자 등 160여명과 함께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하는 서한을 발표했다. 앞서 그는 노벨 문학상 수상 후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비판했었다.

알렉시예비치는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의 진실뿐 아니라 1990년대 소련의 몰락 등에 관한 진실을 러시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러시아) 변혁에 대해 시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거의 이해하지 못했고, 그 후 빈곤이 시작되자 모두가 (미하일) 고르바초프(전 대통령)나 민주주의자의 탓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푸틴이 이 사실을 고려해 거액의 자금을 선전에 투입했고, 많은 사람이 그를 지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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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범죄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통합에 대한 국민투표 8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 “군사력으로 위대한 러시아 부활 푸틴, 가장 원시적이고 시대착오적...미래로 나갈 수 없는 인간...과거만 이해”

알렉시예비치는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시작 직전 푸틴의 대국민 연설에 대해 “(푸틴이 위대한 러시아 부활에) 강한 함대나 신형 폭격기, 그리고 신형 전차 등을 사용하는 것은 가장 원시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방법”이라며 “그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었던 인간이다. 그가 우리를 데리고 가려고 하는 곳은 그가 이해할 수 있는 장소, 즉 과거”라고 지적했다.

알렉시예비치는 “푸틴은 위대한 러시아를 부활시키고 싶어한다”며 “그에게는 그렇지 않은 다른 세계 등을 생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러시아는 ‘위대한’ 소련이 붕괴했을 때 느꼈던 굴욕을 견딜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알렉시예비치는 푸틴이 통해 소련 붕괴를 개탄하고, 미국 등 서방측을 비난한 데 대해 “소련 붕괴 후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었지만 경제가 발전하지 않고, 집과 도로가 없으며 부족한 것뿐이라는 게 서방측 때문인가, 서방측이 우리를 대신해 모든 것을 만들어야 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70년 남짓 동안 소련 시대의 사상에 따라 살고, 그 사상에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밀어 넣어 남은 것은 집단 묘지와 피의 바다뿐이라면 그렇게 곧바로 변할 수 없다”며 “시간에 걸쳐 준비하고, 진지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푸틴 대항에 단결하지 않으면 모두 멸망”

알렉시예비치는 푸틴에 대항하기 위해 전 세계가 단결하지 않으면 모두 멸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가 분명히 자각해야 하는 것은 만약 모두가 단결하지 않으면 전멸당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지금 푸틴의 폭거에 대해 모두가 단결하고 있다. 어둠이 모든 곳, 모든 방면에서 다가오지만 어느 나라에도 밝은 편 사람이 있어 대항하려고 한다”고 해석했다.

이어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그냥 앉아서 ‘전쟁과 평화’를 쓰는 것이 아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무엇이 사람을 사람이 아니게 하는지,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지’에 관해 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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