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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승 법관 “하루 3시간만 자고 미친 듯이 그렸다”

선승 법관 “하루 3시간만 자고 미친 듯이 그렸다”

기사승인 2022. 04. 0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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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서 개인전...수행의 일환 '선' 연작 42점 등 소개
법관
자신의 작품 앞에 선 법관./제공=학고재
법관은 40여 년간 수행에 정진해온 선승이다. 그가 선보이는 ‘선화’는 부처의 정신과 화두가 담겨 있는 선종미술의 한 형태다. 승려들의 수행 과정에서 ‘마음’의 영역을 화필 위에 표현한 것으로, 고유의 독자성을 품고 있다. 법관의 선화는 선(禪)의 세계와 수행에서 얻은 정신을 현대적 조형 감각으로 풀어내기 위한 작업이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법관의 개인전 ‘선(禪) 2022’이 내달 1일까지 열린다. 법관이 2021년에서 2022년까지 제작한 ‘선’ 연작 42점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직접 빚은 다완과 족자 그림도 선보인다.

법관의 선화는 불가의 사상에 기초한 수행의 일환이다. 초월적 존재 아래의 겸허한 인간이자 예술가, 승려로서 수련의 과정을 기록하려는 의지다. 그의 작업은 과정적 행위에 집중한다. 화면은 시간과 노력을 쌓아 올린 결과물로서 나타난다. 형(形)의 재현에서 벗어나 정신의 힘을 드러내는 것이 법관의 궁극적 목표다.

그는 사물을 유심히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대상 고유의 아름다움을 끌어내고자 하는 오랜 버릇이다. 사물의 균형을 해치지 않으며, 존재하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불가의 가르침의 일환이다.

이러한 점은 작가의 작업세계에서도 드러난다. 화면은 수많은 획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민화에서 드러나는 서정적인 선을 ‘한국적인 획’이라 칭하며, 투박하지만 강한 부드러움을 보여준다고 했다. 팽창하고자 하는 직선과 품어내고자 하는 곡선의 만남이 ‘확장과 융화의 충돌’로 새로운 에너지를 이끌어낸다. 법관의 붓끝에서 생성된 에너지는 작가의 작업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것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법관 전시 전경 제공 학고재
법관의 개인전 ‘선(禪) 2022’ 전경./제공=학고재
그는 차 한 잔을 마시고, 작은 텃밭을 가꾸고, 하루의 15~20시간 동안 그림을 그린다. 승려로서의 일상이 곧 작품이 된 것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반복적 행위의 작업은 선의 세계를 추구하는 수행의 한 방법이자, 삶 자체이다.

법관은 “선은 나를 찾아가는 길이고, 있는 그대로 나를 보는 것이다. 내게는 그림이 나를 찾아가는 방법이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했나 싶을 만큼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하루 3시간만 자고 미친 듯이 열심히 그렸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그림이 혼돈스러웠지만 점차 나를 찾고 그림도 순화됐다. 군더더기를 그림에서, 나 자신에게서 떨쳐내는 것이 수행 과정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2002년 강릉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법관은 현재 강릉 능가사에서 수행과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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