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M&A로 몸집 키우고 수익성↑
주가 지지부진…기업가치 띄우기 과제
최 회장 "더 큰 수확 '빅립' 거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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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 회장이 임원들 반대를 무릅쓰고 2012년 인수한 SK하이닉스는 약 10년만에 자산 84조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해 그룹의 확장을 이끌었다. 최 회장이 SK(주) 등기임원으로 복귀한 이후에는 대규모 투자가 더욱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특히 키옥시아(도시바메모리) 지분인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등은 성장을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 최 회장의 성향이 반영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런 투자들은 SK하이닉스의 몸집을 키우는 동시에 성장성을 확보하는데 기여했다.
이외에도 SK온, SK어스온 등 사업회사의 물적분할,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신성장 회사 기업공개 등이 그룹 자산 확대로 이어졌다. 앞으로도 외형 확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SK쉴더스를 비롯한 신설회사들의 상장이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다만 커진 외형에 비해 시장의 평가는 미온적이다. 그룹 계열사가 호실적을 내고, 성장성이 돋보이는데도 주가는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역대 최대 분기실적을 발표한 날에도 주가는 2.25% 빠진 10만8500원을 기록했다. 최 회장은 시장 평가 가치를 끌어올릴 방안을 강구해야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 공정자산총액은 지난해 234조5300억원에서 올해 291조9690억원으로 52조원(22%) 가량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동안 삼성그룹이 6%, 현대차그룹이 5% 각각 증가한데에 반해 대폭 늘어난 수준이다. 전날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고 SK그룹이 자산 총액 규모로 재계 2위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아낌없는 투자’가 외형 확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은 내수 산업 위주의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분야로 전환시켰다. 특히 2016년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직후 내놓은 ‘딥체인지’ 주문에 따라 불필요한 사업을 과감히 중단하고, 신사업에는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렸다. M&A와 기업공개, 사업부 분할 설립도 적극적이었다.
그중에서도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작업이 본격화되며 영업 및 투자자산이 약 11조원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반도체 매출 증가로 자산은 총 20조9000억원 늘어나 그룹 전체의 외형 확장을 이끌었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최 회장이 주도해 인수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SK그룹 편입 이후 적극적 M&A를 통해 몸집을 불렸다. 2018년에는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 지분투자를 통해 낸드플래시 사업 발을 넓혔고, 2020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 6%를 차지하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까지 단행하면서 사세가 확장됐다.
또한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사업부를 SK온으로, 석유개발사업부를 SK어스온으로 각각 분할 설립하면서 자산은 약 8조원이 늘었다. 최 회장은 1998년 취임과 동시에 배터리 사업 육성에 관심을 가져왔고, SK이노베이션을 통해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다. 2011년에는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 화학사업을 담당하는 SK종합화학을 각각 설립했다. 사업부를 분할해 각각의 회사 육성에 성공한 셈이다. 석유화학 사업 호조로 관련 자회사 자산도 6조원이 늘었다.
신사업 회사에 대해서는 IPO를 통한 성장을 꾀하고 있다. 2020년 SK바이오팜, 2021년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리츠를 각각 상장하면서 자산은 약 4조원 증가했다. 이외에도 친환경 발전사업, 에너지 회사 등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면서 자산 증가에 영향을 줬다. 그 결과 계열회사수는 지난해 148개에서 186개로 급증했다. 아직 상장 예정된 자회사도 남아있어, 외형 확장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커진 덩치에 비해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업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투자를 늘렸으나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례로 SK하이닉스는 역대 최대 1분기 실적을 거뒀지만 실적 발표 당일 주가는 2% 가량 하락했다. 신규 상장한 성장주들도 상장 초반 대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최 회장은 전날 서울대 경제학부 강의에서 SK하이닉스 주주라는 학생의 질의를 받고 “미안하다”고 웃음 섞인 사과를 전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딥체인지’에서 나아가 변화의 성과를 수확해야한다는 ‘빅립(Big Reap)’을 주문했다. 일례로 SK(주) 영문 사명도 SK홀딩스(Holdings)에서 주식을 단순히 보유(hold)한 지주사가 아닌 투자로 적극적 성과를 내는 회사가 되겠다는 의미로 ‘SK Inc.(Incorporated)’로 바꿨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제사에서 외형 확장이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사례도 종종 발생한 터라 자산 확대가 무조건 긍정적 신호는 아니라는 판단도 있다”며 “다만 SK그룹 부채비율은 76.6%로 대기업 중에서도 양호한 수준이고, 안정적 지배·재무구조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주주환원책 등을 통해 가치 제고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