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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세종시 중기부 청사에서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열어 현대차·기아의 사업 개시 시점을 1년 유예하라고 권고했다. 이날 중고차 매매업계는 현대차·기아의 사업개시를 최대 3년간 연기하고 매입·판매에 제한을 둘 것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까지 벌여왔다. 현대차는 이에 합의할 수 없지만 시장 점유율을 2024년 기준 8.8%까지 자체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즉각 유감을 표하고 소비자들의 기대를 져버렸다고 비판했다. 현대차·기아는 이미 회사 내부에 중고차 관련 사업 조직을 갖추고 구체적 사업 진출 방향과 목표를 발표한 바 있지만 이번 심의회 의결로 1년 더 허송세월을 보내게 됐다.
1년 후 진행 될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사업 핵심 중 하나는 비대면 온라인 판매다. 소비자가 차를 안 보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차량을 정밀 분석한 데이터를 투명하고 또 일목요연하게 제공한다는 소비자 신뢰 회복 전략이다. 영업망이 없는 곳에서도 차를 팔 수 있을 뿐 아니라, 코로나19가 일상이 된 비대면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그럼에도 현재 현대차·기아의 신차 판매는 오프라인 영업점을 통해서만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으로는 홈페이지에서 가상 견적 내기만 가능하다. 이유는 약 1만명에 달하는 영업사원들이 현대차의 신차 온라인 판매를 막고 있어서다. 온라인으로 차가 팔려나가면서 딜러들의 실적이 줄어들 수 있고, 장기적으로 실직 위험으로 이어질 것이란 불안감이 작용했다. 반면 광주시와 합작으로 운영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캐스퍼는 온라인 판매 효과를 톡톡히 보며 경차 판매 1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신차 온라인 판매는 테슬라가 전 모델을 온라인으로 판매해 대성공을 거두면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하나둘 뛰어들고 있다. 국내 완성차 5사 가운데에선 한국지엠 쉐보레가 ‘볼트 EUV 온라인 판매’를 선제적으로 진행 중이고 쌍용차 등도 홈쇼핑 등으로 비대면 판매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 시기에 비대면 판매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을 뿐 아니라 구매 절차가 더 간편하고, 딜러 중개료를 빼면 더 저렴한 값에 차를 소비자에게 팔 수 있어 완성차업체로선 가격 경쟁력을 얻게 된다. 전세계 영업망 최소화로 관련 부대 비용까지 아낄 수 있다.
때문에 이번 추후 중고차 온라인 판매가 신차 온라인 판매로 이어지는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해주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업계에서 나온다. 온라인 판매망의 경쟁력을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고, 또 원한다면 영업사원들이 이를 막을 명분이 없을 것이란 시각이다.
현대차는 중고차 판매채널을 모바일 앱 기반의 온라인 가상전시장을 중심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가상전시장에서 상품검색 및 비교에서부터 견적과 계약, 출고, 배송에 이르기까지 구입 전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온라인 원스톱 쇼핑을 구현하고, 고객이 가상전시장에서 중고차를 계약하면 집 앞 등 원하는 장소로 배송까지 진행한다.
가상전시장에서 모든 구매경험이 이뤄지는 만큼 마치 전시장에서 차량을 체험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생생한 실체감을 제공하기 위해 오감정보 서비스와 인공지능(AI) 컨시어지가 차량구매를 돕는다. 고객은 가상전시장에서 인공지능 컨시어지와 함께하는 ‘온라인 도슨트 투어’ 등을 통해 차량 검색과 비교 등을 진행한 후 본인에게 맞는 차량을 추천 받을 수 있다.
360도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차량 하부와 내·외부 상태 확인을 비롯해, 초고화질 이미지를 통한 시트질감과 타이어마모도와 같은 촉감정보 확인, 차량냄새 평가와 흡연여부, 차량 엔진소리 등의 후각 및 청각정보와 함께 가상 시승 화면까지 제공하는 오감정보 서비스도 선보인다.
기아도 디지털플랫폼 구축에 나선다. 중고차 판매 및 정보 제공, 구독서비스와 렌터카 이용 등 통합플랫폼으로 운영된다. 객관적 성능·상태 및 감성품질 정보 제공, 고객 최적화 차량 추천, 고객 맞춤형 정보 제공까지 진행한다.
이날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시장경제체제에서 정부개입은 경쟁을 아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촉진을 통해 시장 활력과 혁신을 높여가는 방법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개별법이나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 등에 의한 진입규제는 과감히 철폐하되 공정위의 시장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대차는 “사업개시 1년 유예 권고는 완성차업계가 제공하는 신뢰도 높은 고품질의 중고차와 투명하고 객관적인 거래환경을 기대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아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면서도 “지금부터 철저하게 사업을 준비해 내년 1월 시범사업을 선보이고, 내년 5월부터는 현대차와 기아 인증중고차를 소비자들에게 본격적으로 공급하면서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