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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우리 술 살리려면 ‘전통주 기준’에 변화 필요하다

[기자의눈]우리 술 살리려면 ‘전통주 기준’에 변화 필요하다

기사승인 2022. 05. 10.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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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경_증명
김서경 생활과학부 기자.
미국 사람이 만든 원소주는 되고, 한국 사람이 만든 백세주는 안 된다?

어패가 있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주류의 온라인 판매 가능 여부를 정하는 규정이 생산 주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국세청의 주세사무처리규정 74조는 민속주와 지역특산주에 한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민속주는 △시·도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하는 주류 △식품명인이 제조하는 주류 △제주도지사가 국세청장과 협의해 만든 주류다. 지역특산주는 농·어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가 만들거나 특정 지역의 농산물을 주 원료로 하는 주류다. 미국 국적의 박재범은 농민들과 함께 강원도 원주에서 ‘원스피리츠 주식회사 농업회사법인’을 만들었다. 생산 법인에 농민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원소주는 지역특산주로 분류된다. 박재범은 이 점을 노렸을 것이다.

원소주는 병당(375㎖) 만원 중반대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준비된 물량이 모두 완판될 만큼 인기가 많다. 국내 전통주들이 누려보지 못한 인기지만, 전통주 업계에서 그를 시샘하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원소주의 인기가 전통주 시장 전체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주류 시장 전체에서 소주와 맥주가 많은 유통망과 저렴한 가격으로 꾸준히 대중성을 갖춰왔던 것과 달리, 그간 전통주의 입지는 넓지 않았다. 업계는 원소주에서 시작된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놓치고 싶지 않다. 관련 커뮤니티를 열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일부 전통주를 적극적으로 선보이는 이유다.

그러나 업계 노력만으로 시장이 성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정부 규제 완화는 주류 시장 성장에 큰 기폭제가 됐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우리 술을 알리는 백세주도 출시 당시에는 공급구역제한제도에 부딪혀 경기도 일대에서만 유통이 가능했다. 업계에서는 이 제도가 사라진 후 백세주 등 전통주들이 전국에서 팔리면서 시장이 성장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전통주 업계는 국세청과의 간담회에서 ‘주류 통신판매 확대 논의가 우려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온라인 판매 허용 기준이나 생산 주체 기준을 달리해 우리 술 시장을 살리자는 말이다. 정부는 전통주 시장 활성화가 농민을 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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