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바이든에 ‘통큰 선물’…전기차·로보틱스 13조 투자 결정

50분간 독대 후 美에 추가 투자 발표
자율주행·UAM 개발 등 신사업 탄력
바이든 "현대차, 실망시키지 않을 것"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미국 시장 선점을 위해 13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정 회장은 한·미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전기차 전용공장·배터리셀 공장 투자, 로보틱스·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 투자 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정 회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투자를 발표한 만큼,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추진 중인 신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2일 정 회장은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50분간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서 로보틱스, UAM(도심항공교통),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과 관련해 추가로 50억달러(약 6조30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전날인 21일 미국 조지아주에 약 55억달러(약 7조원)를 투입해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 전기차 생산 거점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한 투자금을 합치면 현대차가 이틀새 총 105억달러(약 13조원)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밝힌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차그룹의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투자를 통해 8000명 이상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며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국민과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의선 회장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이런 투자에 보답하기 위해 절대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오는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총 6조3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전용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전기차 공장 인근에 배터리셀 공장도 건설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신설된 전기차 공장은 기아 미국생산법인과 약 400km 거리에 들어설 예정으로, 미국 앨라배마주에 위치한 현대차 미국생산법인과 더불어 부품 협력사 및 물류 시스템 공유 등 효율적 공급망 관리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은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에서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연일 상승세다. 특히 지난 1~2월 현대차의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처음으로 10%를 넘어섰고, 기아 역시 이 기간 사상 첫 두자릿수 판매 비중을 달성했다. 아울러 미국 전기차 시장은 올해 75만대에서 2030년 602만대로 급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총 32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약 12%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까지 현대차는 제네시스 포함 18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춰 2030년 연간 18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기아는 2030년까지 전기차 13종을 출시해 2030년에 14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차그룹은 이번 대규모 투자로 미국에서 미래 모빌리티 그룹으로 본격적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UAM 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로봇 기술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글로벌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인수하면서 기반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은 지난 17일부터 자율주행 기술 업계 선도기업 모셔널이 우버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 모니카에서 우버이츠 고객을 위한 자율주행 배송을 시작했다.

아울러 UAM 분야에서는 지난 2020년 워싱턴DC에 위치한 UAM 독립법인인 슈퍼널을 활용해 전기 수직 이착륙 장치 뿐만 아니라 기존 교통망에 미래항공모빌리티를 통합한 승객 및 화물 플랫폼까지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오는 2030년대 인접한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항공 모빌리티 기체를 선보일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규모 해외 투자는 현지에서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고 수요를 증가시키는 전략으로 사용된다”며 “이번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 및 배터리셀 공장 투자와 함께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사업 투자가 이뤄지면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생태계에도 긍정 효과를 미치는 ‘제 2의 앨라배마’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