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 참석할지 관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의 마지막 날까지 숨가쁜 일정을 보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과 귀빈 만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삼성 평택캠퍼스 시찰에 이어 삼성호암상까지 대내외 일정이 쉴틈 없이 이어진 덕분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재계 인사들을 초청하는 자리가 많았기 때문이지만, 삼성의 총수이자 경영자로서 활동 보폭을 조금씩 넓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6년만에 삼성호암상 참석…전날 인텔 팻 겔싱어 CEO 회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31일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에서 열린 삼성호암상 시상식과 축하 만찬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것은 2016년 이후 6년만이다.
삼성호암상은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인재제일의 뜻을 故 이건희 회장이 이어받아 제정한 시상식이다. 2016년까지 이 부회장은 물론 삼성 총수 일가가 참석해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이날 참석 역시 삼성의 총수로서 자리를 빛냈다는데 의미를 더한다. 이 부회장과 총수 일가가 참석하지 않았던 2017~2021년 사이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참석해왔다.
이 부회장은 전날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20~22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제안보 동맹’ 강조 이후 미국 대표 반도체 기업 경영자가 이 부회장을 찾아온 것이다. 겔싱어 CEO와 만난 이 부회장은 한국 대표 반도체 기업을 이끄는 리더의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노트북, 서버,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해온 파트너지만 인텔이 반도체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에 복귀하면서 경쟁 관계가 됐다. 하지만 인텔이 본격 파운드리 공장 가동에 돌입하는 오는 2024년까지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물량을 맡길 수 있는 고객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의 만남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을 포함해 DS부문 최고위 경영진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조만간 일본을 찾아 기술 전문가, 경제인들과 만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한일 경제계 교류가 되살아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등도 일본 업체들로부터 구매해 쓰는 것이 적지 않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한일 무역분쟁 당시 일본을 찾아 현지 상황을 직접 살피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일본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만큼 일본어에 능통하고, 촘촘한 경제계 인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시달린 지난 5년간 참석하지 못했던 ‘선 밸리 콘퍼런스’ 같은 국제 비즈니스 행사에 복귀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미국 아이다호주의 휴양지 선 밸리에서 매년 7월 열리는 ‘앨런&코 콘퍼런스’는 미국 투자은행 앨런&컴퍼니가 1983년부터 주최해온 국제 비즈니스 회의다. 초청 받은 인사만 참석할 수 있으며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엑손모빌 등 글로벌 대기업은 물론 중동 국부펀드 최고위 경영진 등이 참석한다. 사실상 세계 최고의 글로벌 네트워킹의 무대인 셈이다.
국제 비즈니스 행사에서 쌓은 인적 네트워크는 경영자의 큰 자산으로 여겨진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상무 시절인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이 행사에 자주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구속수감 중이던 2017년 법정에서 “선 밸리는 1년 중 가장 바쁜 출장이고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는 7월 이 부회장이 선 밸리 출장에 떠난다면 6년 만에 참석이 된다.
다만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킹 무대에서 자신감을 얻으려면 사면 결정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물론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영계에서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을 청원하는 입장도 여러 번 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상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5년 간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취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새 정부의 재계 행사에 대부분 초청받았다. 이 부회장뿐만 아니라 5대그룹 주요 인사들이 모두 참석하는 자리였다. 삼성을 대표해 재계 인사로서 참석이지 경영의 행보는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