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인 전 위원장은 “제 거취에 대해선 법률이 정한 국민 권익 보호라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했는데 임기를 채우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 위원장도 같은 생각이라고 한다. 임기가 1년 남은 두 사람은 장관은 아니지만 장관급 기관장으로 지금까지 관례적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참석자 명단에서 이들을 제외시켰다.
두 사람은 임기를 법으로 보장받는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사퇴를 압박하면 처벌을 받는다. 환경부 ‘블랙리스트’가 좋은 예다. 사퇴시키고 싶지만 말은 못 하고 나가주길 바랄 뿐이다. 기관장은 임기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게 국정철학이다. 새 정부의 대통령이나 다른 장관들과 국정철학이 같아야 한다. 철학이 다르면 협력도 안 되고 엇박자만 낸다.
윤종원 국무조정실장 후보자는 국정철학이 달라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하며 탈원전을 주도했는데 후보로 지명되자 탈원전을 주도한 인물이 윤석열 정부에서 원전산업을 키우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일자 사퇴했다. 탈원전에 앞장섰던 윤순진 탄소중립위원장도 대선 후 차기 대통령이 후임을 임명하는 게 적절하다며 자진해 물러났다.
이들의 자진 사퇴는 국민이 보기에 자연스럽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무직 기관장 자리에 대통령과 국정철학이 다른 전현희·한상혁과 같은 인물이 잔류하는 것은 너무나 부자연스럽다. 이런 불편한 동거를 만들어내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런 제도 개선이 아직 되지 않았다면, 이런 불편한 동거를 자진해서 해소하는 것이 가장 ‘깔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