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가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
정부 예산안 운용과 총리 인사권 행사를 둘러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아베 신조 전 총리간 기싸움이 갈수록 팽팽해지고 있다. 다음달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 이어오던 견제 관계가 갈등 국면으로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19일 단독 기사를 통해 기시다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최측근을 좌천시켰고, 이에 대한 아베 전 총리의 항의성 반대의견을 묵살해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는 퇴임 이후 잠잠하던 아베 전 총리가 최근 들어 방위비 예산 증액을 주장하고 외교 안보 분야에 대한 현 기시다 정부의 방침을 무시한 채 독단적인 행보를 보이며 정치적인 개입을 이어왔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로서는 자신이 총리가 되는 데 아베 전 총리가 일조했기에 그간 눈감아 왔지만, 계속되는 월권행위에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칼을 뽑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산케이의 분석이다.
심지어 아베 전 총리는 기시다 총리의 인사권 행사에까지 개입하기 시작했다. 산케이에 따르면 지난 17일 열린 각료회의에서 기시다 내각은 시마다 가즈히사 방위성 차관에 대해 퇴임을 승인했지만, 아베 전 총리와 기시 노부오 방위상(장관)이 반대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시마다 차관은 아베 전 총리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그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간 방위성 차관으로서 국가안전 보장전략 등에 깊게 관여하고 있어 아베 측은 임기를 연장할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임기 2년이 원칙’이라며 아베 측 요구를 단칼에 거절했다. 산케이에 따르면 각료회의에서 퇴임 승인이 이뤄진 후 아베 전 총리 측이 기시다 총리를 방문해 직접 임기 연장을 부탁했으나 기시다 총리는 이마저도 거절하고, 후임으로 기시다 파벌의 중도파 인사를 선임했다.
이 같은 기시다 총리의 태도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민당 내 최대계파 수장인) 아베에 반란을 일으키려는 것 아닌가”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간 방위 정책의 전반적인 책정을 시마다 차관이 만들어왔고, 그 과정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 정부의 정책에 극우인사의 의견이 적극 반영돼 왔던 터라 이 같은 추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아베 전 총리 측도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방위상이 장관 권한으로 시마다 차관을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취임시킬 것이라고 발표하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전·현직 총리의 갈등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