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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정쟁보다 진실 규명이 먼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정쟁보다 진실 규명이 먼저”

기사승인 2022. 06. 2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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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진상조사TF 발족·국회 조사위 제안 vs 민주, 국회 내 비공개 자료 공개
여야 정치권 정보공개 공방 점입가경...국방부, SI 첩보 공개 법·규정 따라야
[포토] 권성동 원내대표 '원 구성 마라톤 회담 제안'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병화 기자
지난 2020년 9월 소연평도 인근 북측 수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 사건과 관련한 정치권의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여야는 20일에도 이 씨 피살 당시 수집됐던 군 당국의 특수정보(SI) 첩보와 대통령기록물 공개여부, 감사원의 감사 등을 놓고 팽팽한 대치를 이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건 재조사와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고, 국방부는 SI 첩보 공개는 법과 규정에 따라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해경의 ‘월북 추정’ 중간수사결과 번복으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정치권이 정략적 공방보다는 사건의 진질을 규명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문재인정부 ‘월북공작’ 규정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날 이번 사건을 문재인정부의 ‘월북 공작’으로 규정하고 ‘진실 규명’에 나서기로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대한민국 공무원이 북한에 잔인하게 살해당했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월북몰이’로 북한의 만행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유가족들을 2차 가해했다”며 “반드시 실체적 진실을 밝혀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가족 눈물을 닦아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협조해야 한다”며 “인권이라는 보편타당한 가치 앞에서 또다시 ‘북로남불’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하태경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서해상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를 발족하고 21일 1차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TF 위원으로는 국방위, 외통위, 농해수위 등 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한 김석기·신원식·강대식·전주혜·안병길 의원과 허기영 한국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박헌수 예비역 해군소장이 참여한다.

하 의원은 “문재인정부가 월북이라고 발표하면서 조작한 4대 의혹이 확인되고 있다”며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도박 빚을 지나치게 많이 부풀렸고, 정신적 공황상태였다고 발표한 것도 정확한 근거 없이 해경이 추측한 것이라는 조작 의혹이 있다. 또 조류 조작 의혹, 방수복 은폐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피살 공무원 사건 자료 열람에 민주당이 협조하라”며 “숨기는 자가 범인”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정부는 차가운 서해 바다에서 6시간 동안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우리 국민을 구조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고, 총살 당하고 시신이 불태워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실효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사망 후에는 앞장서서 월북으로 몰았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실종자가 월북한 걸로 판단했다는 정부 결론에 모순되는 증거들이 많다. 이제야말로 진실을 제대로 밝힐 때”라며 국회 내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 조사위’ 설치를 제안했다.

[포토] 민주당 전반기 국방위원들 '서해 피살 공무원 관련 기자회견'
더불어민주당 소속 20대 국회 전반기 국방위원들이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서해 피살 공무원의 월북 사실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황희·홍영표·김민기·설훈·김병주 의원./이병화 기자
◇민주당, 윤석열정부 정치적 목적 의심

이에 제1야당인 민주당은 해경의 중간수사결과 번복과 감사원 감사 등에 대해 윤석열정부의 정치적 목적이 의심된다며 국회 내 비공개 정보 공개를 제안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문재인정부를 흠집 내기 위해 국가안보 자산과 정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한 일종의 신북풍(新北風)”이라며 “공개할 수 없는 정보를 가지고 국민들을 현혹하는, 음모론적 궤변”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당시 군 당국의 비공개 정보, 소위 SI는 충분히 국회 정보위와 국방위에 보고된 걸로 안다”며 “그 내용을 다 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제 와서 왜 딴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사건 당시 국회 국방위원장이었던 민홍철 의원도 “1년 9개월 지난 상태에서 그 자료를 그대로 가지고 판단만 바뀐 것 같아 의문”이라며 “제가 볼 때는 정치적 성격도 있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을 포함한 20대 국회 전반기 국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국민의힘 측은 대통령 기록물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할 것까지도 없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안보 해악을 감수하고라도 9월 24일 당시 비공개 회의록 공개를 간절히 원한다면 국회법에 따라 회의록 열람 및 공개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것으로도 의문이 풀리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의 판단 아래 미국 측의 협조를 받아 당시 SI를 공개하면 된다”며 “다만 이 정보는 민감한 정보 출처가 관련된 만큼 대한민국 안보에 해악이 뒤따른다는 것을 주지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초선 모임인 ‘더민초’도 이날 국회 내 비공개 정보를 공개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오기형 의원은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게 맞다고 의견을 모았고, 비대위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국민이 원한다면 정치권이 협력해 해당 정보를 공개하고 의혹을 해소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정보사항 공개 신중해야

국방부는 SI 첩보 공개와 관련해 법과 규정에 따르되 정보사항 공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홍식 국방부 대변인 직무대리는 “정보공개는 법과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정보자산에 대한 무분별한 공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과 규정에 의해서 결정이 되면 국방부나 군은 당연히 따라야 한다”며 “그렇게 됐을 때 공개범위나 내용 등은 그때 가서 또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씨 유가족 측은 이날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김종호 전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이 씨의 아들은 ‘신색깔론’ 발언을 한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당신들만 알고 공개조차 할 수 없는 것을 증거라며 ‘너희 아버지는 월북이 맞으니 무조건 믿으라’고 하는 건 반인권적인 행위”라며 “투명하게 모든 것을 공개하고 직접 챙기겠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은 그냥 가벼웠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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